어떻게 시가총액 2조원대 상장사에서, 그것도 임원도 아닌 중간관리자가 단독으로 무려 1,880억원이나 횡령할 수 있었을까? (기록을 찾아보니, 직장인 횡령사건으로는 역대 최악의 규모다. 2위는 지난 2009년 동아건설에서 발생했던 898억원이었으며, 이때도 횡령자는 자금부장이었다.) 동네 구멍가게도 자금만큼은 주인이 직접 일단위로 챙겨 어떻게든 로스(loss)를 최소화시킨다. 그런데 시가총액 코스닥 22위 업체에서 이 정도 규모의 횡령을 무려 3달 동안이나 몰랐을 수 있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된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미스터리 3가지
이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용의자로 꼽히고 있는 이OO 자금관리부장에 관해 알아봐야 되는데, 현재까지는 알려진 바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일단, 이부장은 1977년생이며, 지난 2018년에 경쟁사인 D사에서 오스템임플란트로 이직했다. (D사라 하니 아마도 디오나 덴티움, 덴티스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경쟁사들 모두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에 반사이익을 받았으며, 횡령이 보도된 이후 주가가 상당히 많이 올랐다.)
이부장은 지난 2021년 12월 30일부터 회사에 별다른 얘기 없이 잠적했고, 회사는 당일 연말결산을 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발견했다. 현재 이부장은 출국금지 상태이며, 국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밀항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밀항마저 평소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① 정말 단독범행인가?
이부장은 왜 하필 1,880억원을 횡령했을까? 여기서부터는 상상의 영역이니 그냥 참고만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 공범의 존재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단독으로 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고, 부장 위에 실장이나 본부장, 사장 등과 같은 임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회사 측에서 이부장의 단독범행이라고 밝혔으니, 이 가능성 자체는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 이부장의 횡령은 이번 한번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전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회사돈을 끌어다 사용한 뒤, 채워 넣었을 것이다. 대신 규모는 좀 더 작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 같은 경우에는 회사의 내부통제가 정말 엉망이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번 범행은 9월말 혹은 10월 1일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니, 공식적으로 최소한 3개월 동안은 내부통제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② 정말 동진쎄미켐에 투자한 슈퍼개미가 맞나?
이 부분도 사실 좀 이해가 안되긴 하는데, 이부장은 현재 동진쎄미켐에 지난 2021년 10월 1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파주 슈퍼개미 이은식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사지분의 5% 이상을 획득하면, 공시의무를 갖게 되는데, 이은식은 동진쎄미켐 주식 391,7431주를 사들여, 7.2% 지분을 확보했다. 금융감독원은 밝혀진 인적사항 등을 통해 이은식이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을 주도한 범인과 동일범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말 동일인이 맞다면, 그가 이렇게 대범하게 동진쎄미켐을 대량으로 매수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회사에 단기호재가 있기 때문에 단기차익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사실 이때 정말 말이 많았다. 매수자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라던가, 삼성에서 인수할 계획이라는 등 엄청난 루머들이 확산됐었다. 왜냐면, 이은식은 동진쎄미켐 물량을 모을 때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물량을 확보한 게 아니라 그냥 시장가로 쭉 당겨서 그날 상한가를 보내면서까지 물량을 매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방법은 일반 개인투자자가 흔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세력이 이은식과 함께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그는 이후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정확히 550,000주를 남겨놓은 체 나머지 모든 주식을 청산했다. 수익을 얻은 게 아니라 오히려 117억 정도를 손해 보고 급하게 처분했다. 만약 이은식이 이부장이라면, 그는 동진쎄미켐을 청산한 돈으로 다른 종목에 투자했을 가능성도 높다. 12월 30일 전까지만 회사에 돈을 가져다 놓으면 됐기 때문이다.
아마 이부장은 회계에는 밝아도 주식투자에는 능숙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지분공시는 생각지도 못한 채 그냥 대량매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떤 개인투자자가 지분공시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하나? 거기다 심리적으로 이미 공금을 횡령한 뒤라 뭔가 쫓기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청산하는 과정 중에 실수 아닌 실수도 한다. 중간에 끝자리가 딱 떨어지지 않게 1주를 더 매각했기에 가격과 상관없이 1주를 바로 재매수한 흔적도 있다.
이건 사실 회계공부를 오랫동안 해온 나 역시도 가지고 있는 버릇이다. 무조건 끝자리가 딱 맞게 떨어져야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이은식이 동진쎄미켐을 청산한 돈으로 AI로봇 관련 섹터에 투자했을 거라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일치할 뿐만 아니라, 이번 AI로봇 섹터도 전문적인 꾼이 조용히 매집한 뒤 한방에 터트리는 전형적인 패턴을 따르는 게 아니라 갑툭튀 같은 느낌이었다.
③ 왜 동진쎄미켐 주식 550,000주를 굳이 남겨놨을까?
이 부분은 정말 모르겠다. 대략 2가지 경우의 수가 떠오른다. 일단 ㉮ 동진쎄미켐을 청산한 돈으로 재투자에 성공해 이미 회사금고에 다시 채워 넣었을 만큼 충분한 평가차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변심해서 도주하기로 결심했을 수 있다. 반대로 ㉯ 아예 엄두도 못낼 만큼 폭망 해버려서 멘붕상태로 미쳐 대응을 못했을 수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동진쎄미켐의 향후주가
오스템임플란트 : 인고의 시간
결론부터 얘기하면,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장기전을 대비해야 된다. 회사 측에서는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축소하겠지만, 엄밀하게 말해 회사의 취약한 내부통제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즉,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추후에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동네 구멍가게도 주인이 일단위로 매출정산을 직접 한다.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오스템임플란트는 회장이 이 모든 일을 챙겨할 수 없으니 이중 삼중으로 내부 회계감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작동시켰어야 됐다. 제일 쉬운 방법으로는 내부감사인을 두는 것이다. 현재 회사의 현금이 제대로 있는 게 맞는지, 외부감사나 회장직속 감사실에 내부감사인을 임명해 랜덤 하게 현금잔액을 주단위 혹은 월단위로 확인하면 된다. 모든 회사돈을 자금관리부장 한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문득 세우글로벌 사례가 떠오른다. 세우글로벌도 내부 회계감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내놓으며, 무려 반년이나 거래정지를 당했다. 횡령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실제 발생한 것도 아닌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참고로 오스템임플란트는 올해 2022년 3월에 있을 외부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회계법인이 적정을 줄 수 있을까? 이때 의견거절을 받아도, 어차피 거래정지다.
당장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사 직원이 자기자본의 5% 이상을 횡령 또는 배임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한다. 영업일 기준으로 최장 15일이 걸리므로, 1월 21일(금) 까지는 1차 결론이 날 텐데,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낮다.
물론 말로만 들어도 엄청난 금액인 1,880억원의 규모는 회사 자기자본금(2,048억원)의 무려 91.81%에 달하고, 연간 영업이익으로 보면 무려 2년치나 된다. 즉, 이 돈을 회수 못하면, 지난 2년 동안 일한게 한방에 날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매년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고, 현금 여력도 아직 많다.
일단 개인투자자들은 용의자인 이부장에게서 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하길 기도하면서, 회사에게 최대한 빠르게 내부 회계감시 시스템을 고치도록 압박을 넣어야 된다. 의외로 회사에서 내부 회계감시 시스템을 바꾸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금번 회계감사 때 그나마 의견거절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최근에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외부회계감사(인덕회계법인, 삼덕회계법인)가 내부회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평가했는지 조사해야 된다. 이들은 지난 분기보고서에 '회계감사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의견, 중대한 취약점 및 개선대책 항목'에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의견을 냈다. 즉, 중대한 취약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쉽게 횡령이 발생하는 내부회계관리 시스템을 감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약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건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거나 능력부족이다.
동진쎄미켐 : 큰 피해는 없을 듯?!
최근에 삼성이 인수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상승했으며, 이는 루머였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루머와는 상관없이, 동진쎄미켐이 좋은 회사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현재 이은식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550,000주의 향방 때문에 우려가 많은데, 이미 판 게 아니라면 보호물량이 돼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상태가 됐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겠지만, 해당 주식에 관해서는 추후에 오스템임플란트가 채권자로서 양도받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 업데이트
생각보다 빠르게 용의자 이부장이 잡혔다. 윗선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에 관해 추후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애초에 단독범행으로 하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컸고,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단독범행이라고 못박아 발표한 부분 역시 수상했다는 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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