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 프로그램의 매력은 도전자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에 몰입해, 감정의 여정을 함께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연진들은 그들이 느끼는 날것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시청자들은 무대 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어떤 식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지, 그리고 경연이라는 시련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를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퀸덤2의 무대는 퀄리티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 이 분야의 문외한인 내가 봐도 느껴질 정도다. 특히 이번 2차경연은 다들 지난 1차경연 때 느낀게 많았는지 더 많은 준비를 했다. 개인적으로 지난 1차경연의 순위는 생각보다 쉽게 내릴 수 있었다. 나만의 순위를 공개하자면, 비비지=효린>이달소>우주소녀>케플러>브브걸이었다. 효린의 무대가 분명 대단하긴 했지만, 그룹해체라는 서사가 동반된 비비지의 무대는 감동이 있었다. 무대에서 느껴지는 아련함 때문에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퀸덤2의 이번 2차경연은 커버곡 대결이었으며, 상대방의 곡을 바꿔 부르는 것이다. 2차경연은 1차경연에 비해 나만의 순위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치열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가 생각하는 2차경연의 순위는 효린>>이달소>비비지=브브걸>우주소녀>케플러 정도였다. 물론 철저히 주관적인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이게 정답일리 만무하다. 실제 방송을 통해 밝혀진 2차경연의 순위는 위와 같다.
퀸덤2 2차 경연 결과 총정리
① 우주소녀 (여자친구 '너 그리고 나')
우주소녀는 원래 12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중에서 중국인 멤버 3명(성소, 미기, 선의)이 사실상 먹튀한 상태이므로, 나머지 9명으로 팀을 꾸려가고 있다. 거기에다 팀내 비주얼 에이스 보나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출연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차와 포를 떼고 장기를 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나머지 멤버들이 무대를 상당히 잘 꾸미긴 했다. 무대구성이나 안무 모두 흠잡을 때가 없는 것 같았다. 근데 왜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단 여자친구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너 그리고 나'를 다크하게 꾸민 시도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곡의 존재감에 비해 우주소녀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그냥 평범해질 뻔한 무대를 여름이 펼친 20초 남짓한 댄스 브레이크가 분위기를 완전 반전시키긴 했다. (지금 다시 봐도 소름이다.) 그래서 순위에서 3위라는 상당히 좋은 성적을 받았을지 모른다.
② 이달의 소녀 (효린 'Shake it')
이달의 소녀(이달소)가 원래 이 정도로 실력있는 아이돌이었나 싶을 정도로, 회차가 지날수록 계속 재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지난 1차경연 때는 코로나 때문에 경연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영상으로 발표된 무대를 보며 굉장히 놀랐는데, 잘못 본게 아니었다. 한편의 뮤지컬과 같았던 이번 2차경연 역시 퀄리티가 진짜 좋았다. 솔직히 그동안 엔터주를 투자하는 통에 SM, YG, JYP 같이 대형 소속사들만 관심을 가졌기에, 중소형 소속사인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에 속한 이달소를 몰랐던 것 같다.
특히 이달소의 에이스, 츄가 돋보였다. 뭐랄까 확실히 이목이 쏠린다. 마시멜로 같이 생긴 순둥한 소녀가 멋들어지게 안무를 소화해내는데 뭔가 다르긴 했다. (이런 애들이 연예인을 해야 된다.) 퀸덤2를 시청하며, K-POP 아이돌 시장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치열하다는걸 깨닫게 된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리고 프로가 가져야 되는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즉, 이 정도로 박 터지게 경쟁하는 K-POP 산업이라면, 향후에도 무조건 잘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라면 엔터주 하나 정도는 반드시 포트폴리오 안에 넣어두자.)
우주소녀는 이제 곧 있으면 회사와 재계약해야 되고, 이달소도 몇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들 절박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한방을 보여주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당연히 무대에 절박함이 묻어난다. 이런 마음이 팬들에게 잘 전달됐는지 이달소와 우주소녀의 팬덤이 움직였고, 경연성적도 굉장히 괜찮았다.
③ 브레이브걸스 (케플러 'MVSK')
개인적으로 이번 무대를 정말 경연답게 잘 소화한 팀은 브레이브걸스(브브걸)가 아닌가 싶다. 인지도가 아예 없는 케플러의 'MVSK'를 마치 자신들의 곡처럼 소화했다. 지난 오프닝쇼나 1차경연 때보다는 의상이나 안무 등이 훨씬 멋졌다. (브브걸은 확실히 소속사만 잘하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성적은 6등을 했다.
솔직히 어쩔 수 없는게, 가장 비중이 높은 현장투표의 경우, 관중들이 2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 팬심으로 1표를, 그리고 자신이 보기에 가장 잘한 팀에 1표를 주게 되는데, 효린이 지금 무대를 압살하고 있는 탓에 결국 1위를 제외하고는 팬덤의 규모가 순위를 가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브브걸은 운이 안좋았다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연곡을 훌륭하게 잘 소화하면, 순위와 상관없이 무조건 팬덤을 넓힐 수 있으니, 큰 그냥 끝까지 계속 잘하면 된다.
④ 비비지 (우주소녀 'Unnatural')
엠넷의 악마의 편집이 비비지에 집중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번 2차경연 때 은하의 보컬이 살짝 약했다고 생각했고, 원래 12명이 부르던 노래를 3명이 소화하려니 쉽지 않았겠다 싶었다. 근데 요새 여자친구와 비비지 노래를 워낙 자주 듣고 있어서 그런지, 2차경연 때 은하의 목소리가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고,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역시나 뭔가 있었다. 방송용으로는 음향보정이 돼서 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은하의 맑고 청아한 음색이 거의 코맹맹이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실제 보정전 목소리를 들어보니 훨씬 괜찮았다.)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이 악물고, 엠넷이 주는 시련을 통과해야 된다. 다행히 방송에서 비춰지는 비비지 멤버들은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비비지는 이제 그냥 아이돌이라 부르기엔 너무 실력이 좋다. 지금처럼 하면 된다. 조금만 더 경험을 쌓으면, 분명 2NE1이나 마마무와 같은 아티스트 반열에 오를 수 있을거라 믿는다.
⑤ 케플러 (브레이브걸스 'Pool party')
절대 못한 무대는 아니었다. 그냥 이제 막 탄생한 그룹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이 정도만 해도 사실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교때 흔히 하는 경쟁 PT를 예로 들어보자. 1학년 학생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지난 4년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4학년 학생을 이기기 쉽지 않다. 딱 그거다. 솔직히 케플러는 퀸덤2라는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된다. 향후 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⑥ 효린 (이달의소녀 'So what')
효린은 이미 퀸덤2의 무대가 어울리지 않는 완성형 아티스트다. 너무 압도적으로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탓에 1등 순위경쟁에 대한 재미가 확 반감돼버렸다. 특히 이번 2차경연 때 효린의 무대는 앞선 5팀들이 펼친 고퀼리티 무대를 완전히 압살했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냥 실력 자체가 아예 비교가 안됐다. 솔직히 소녀시대의 태연이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MC를 보고 있지만, 경연에 참가해 무대를 하면 효린을 이길 수 있을까 싶다. 이 정도면 효린은 성실한 천재라고 봐도 될 듯싶다.
이달소의 'So what'을 커버하는 만큼, 이달소를 상징하는 달을 연출하기 위해 루프를 활용한 춤을 연습했다는 것만 봐도 애초에 마음가짐이 다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효린 입장에서도 시스타라는 그룹이 해체되고 솔로로 나선 상황에서 뭔가 임팩트 있는 한방이 필요한 시기였다는 점이 그녀를 이토록 절박하게 무대에 매달리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전 퀸덤1의 사례를 살펴보면, 앞으로 3차경연은 보컬과 댄스팀이 따로 나눠서 경연을 할 예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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