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현 한국앤컴퍼니는 현재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종목입니다. 이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 보시길 바라며, 이번 포스팅은 조현범 사장의 2심재판 결과부터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종목치고는 주가의 움직임이 너무 잔잔했던지라,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펼쳐진 급등장 속에서 많은 개인투자자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최근에는 한국앤컴퍼니의 보유 비중을 확 줄인 상태에서 관련 뉴스만 업데이트하는 중입니다. (솔직히 하락장에서 모두가 손해 볼 때는 그냥 버틸만 한데, 내가 보유한 종목만 안 오를 때는 왠지 외로운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요새는 합병 때문에 깜짝 슈팅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의 주가가 기대되기는 합니다.
주가가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
① 차남인 조현범 사장의 주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무려 42.9%나 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기에는 이미 확보하고 있는 주식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②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차녀 조희원씨가 어떠한 입장발표도 하지 않은 것 역시 마음에 걸립니다. 3남매가 모두 합심해서 대항해도 힘든 상황인데, 이해관계자가 3명이나 되니 마음을 모으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지분이 제일 적은 장녀 조희경 이사장이 가장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고, 차녀 조희원씨는 중립,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강경한듯 하지만 뭔가 애매한 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③ 마지막으로 3남매의 지분의 합이 30.97% 밖에 안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마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한진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연금이 누구의 편에 설지는 정말 패를 까봐야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작년 3분기에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기존 6.24%에서 5.21%까지 떨어진 상태라, 모두 합쳐봐야 36.18% 밖에 안되게 됐습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 향방은 조현범 사장의 승리로 기울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20년 12월, 차녀 조희원씨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명변경과 조현범 사장의 한국앤컴퍼니 공동 대표이사 임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했다고 하니, 결국 차남 조현범 사장과 손을 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은 단번에 끝나게 됩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를 바꿀 이슈들
2020년 11월 : 2심 선고
조현범 사장의 2심 결과는 기존 1심 판결(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이 유지되면서, 다소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하청업체를 향한 갑질횡포였기 때문에, 징역형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허탈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조현범 사장 입장에서는 정말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검찰이 다시 항소심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없습니다.
2020년 12월 : 2번째 사명변경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원래 사명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한국타이어가 속한 그룹의 지주사입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3월, 조현범 사장의 주도로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했습니다.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타이어 사업에만 매몰되지 말고, 기술 위주의 성장을 하자는 포부를 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시총 약 1,100억원)라는 회사가 이미 코스닥에 상장된 상태였기 때문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명을 뺏으려는 초유의 갑질사태가 아니냐는 논란이 당시에도 불거졌습니다.
이는 결국 소송으로 번지게 됐고, 결국 지난 2012년부터 8년 넘게 동일한 사명을 사용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가 승리했습니다. 이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당했으며, 결국 사명을 한국앤컴퍼니로 다시 한번 바꾸게 됩니다. 사실 사명을 빈번하게 바꾼다 한들 주주들에게 무슨 피해가 있겠나 싶지만, 소송에서 패배함에 따라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상표와 로고 등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무형의 비용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2021년 1월 : 한국아트라스비엑스(한국아트라스BX)와 합병?!
지난해 11월에 한국앤컴퍼니는 자회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와의 합병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앤컴퍼니는 사업형 지주회사가 됩니다.) 사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지난 2016년부터 자사주를 공개매수하면서, 상장폐지를 2번이나 진행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쳐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매년 매출 6,000억원과 당기순이익 500억원을 창출하고 있으며, 유보금(현금)만 해도 3,600억원 이상이 있는 아주 건실한 회사입니다. 이런 좋은 회사를 상장폐지하려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비상장 회사가 되면 공시의무가 없어지고, 대주주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약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 코스닥의 상장폐지 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흡수합병으로 방향을 전격적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자사주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는 회사가 지난 4~5년간에 걸쳐 약 2,7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왔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할 것을 회사 측에 수차례나 요청했지만,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회사의 합병비율은 한국아트라스비엑스 : 한국앤컴퍼니 = 1 : 3.39입니다. 즉,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주주들은 합병 후에 한국앤컴퍼니 주식 3.39주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합병간에 소액주주들은 신주를 받게 되지만, 자사주와 한국앤컴퍼니에 대해서는 신주가 발행되지 않고 소각된다는 점입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한국앤컴퍼니가 합병비용을 소액주주에게만 지불하고,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통째로 흡수하겠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사주는 주주들의 공동자산이므로 자신들도 이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합병에 관해 아래와 같은 2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 자사주를 소각한 뒤에 합병비율을 재산정하자는 것입니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당연히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주가는 훨씬 더 높아지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합병비율 역시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주주에게 좀더 유리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그동안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는 종목으로 유명했으므로, 어느 정도는 일리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② 자사주에도 신주를 부여한 뒤, 이를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주주들에게 재분배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소액주주들은 기존에 받아야 될 주식 이외에 추가적인 주식을 부여받게 됩니다.
조현범 사장 입장에서는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자사주에 신주를 부과하면서 흡수합병을 진행하게 되면,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발생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나게 되면서, 동시에 자신의 지분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 반가울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원안대로 어떻게든 합병을 진행하려 할 것입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3번이나 정정을 요청했던 합병에 관한 증권신고서는 결국 승인됐으며, 오는 2월 15일(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해산과 한국앤컴퍼니와의 합병이 결정될 예정입니다.
성년후견인 심판청구
현재 진행 중인 아버지 조양래 그룹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심판에 대한 결과가, 경영권 분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다시피, 3남매의 지분율은 차남 조현범 사장이 확보한 지분에 비해 상당히 낮을뿐더러, 키맨이라 할 수 있는 차녀 조희원씨와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현재 차녀 조희원씨는 이번 성년후견인 심판에서 차남 조현범 사장과 함께 단순히 관계인으로 등록한 상태입니다. 장녀 조희경 이사장과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각각 청구인과 참가인으로 적극적인 참가의사를 드러낸 것과는 사뭇 비교됩니다. (참가인은 청구인과 동일한 자격을 갖게 됩니다.)
만약, 3남매가 원하는 데로 아버지 조양래 그룹회장의 성년후견인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차남 조현범 사장이 조양래 그룹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했던 부분을 무효로 돌리는 소송이 진행될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후견인은 법원에서 정해주는데, 보통 피성년후견인(조양래 그룹회장)의 변호사가 맡게 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3남매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알 수 없으며, 설사 소송이 진행된다 한들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3남매가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성년후견인 심판청구를 진행한 데는 추후 상속받을 조양래 그룹회장의 재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차남 조현범이 매수한 2,400억원의 한국앤컴퍼니 주식은 차치하더라고, 조양래 그룹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주식들만 해도 무려 600억원에 달하며, 이외에도 부동산 등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합니다. 이걸 어떤 식으로 증여받을지 여부가 어쩌면 이번 성년후견인 심판을 청구하게 진짜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