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① 지배구조, ② 2세·3세 승계, ③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투자를 즐겨한다. 이는 아무래도 특정 산업을 뼛속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빠를 뿐 아니라 결과예측 역시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전기차, ㉯ 2차배터리, ㉰ 반도체 산업만큼은 반드시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한차례만 깊게 공부하고 나면, 해당 이슈가 발생하는 모든 회사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법률은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명 공정거래법이다. 이곳에 지주회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법규들이 모여 있다. 추가적으로 상법과 세법에서 증여세, 상속세와 관련된 부분은 승계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함께 고려해야 되므로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 이외에 돌발적인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함께 거론되는 제도들은 그때그때마다 알아두는 게 좋다. 최근에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 즉 기업공개 정도는 꼭 알아야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실제사례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현실감 있을 테니, 지난 2021년 3월에 IPO를 진행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청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상장 초기만 해도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대두되던 시기인지라, 일부 북유럽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중단하기도 했다. 당연히 주가가 눌려있을 수밖에 없었다.
Q1. SK케미칼은 왜 SK바이오사이언스를 기업공개 했을까?
원래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이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비상장 자회사였다. 잠깐 곁다리로 이번 SK케미칼의 사례를 통해 LG화학의 주가흐름도 함께 예측해 볼 수 있다. LG화학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했으며, 분할 당시만 해도 비상장회사 였지만, 결국 기업공개를 진행했다. 참고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단군 이래 최대의 기업공개였다.
아주 원초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SK케미칼은 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공개를 진행했을까?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금조달을 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경영권은 51%의 지분만 확보해도 확실한 방어가 가능하므로, 나머지 잔여지분은 시장에 내놓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확보된 자금은 또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시설설비 등을 투자하는 데 사용된다. 물론 대주주의 차익실현 욕구가 함께 작용하기도 한다.
Q2. 신주공모? 구주매출?
지배구조 이슈에 관심있다면, 어떤 식으로 공모가 준비되는지 이해하는 게 투자에 도움 될 수 있다. 일단, 기업공개 방법은 크게 3가지(① 구주매출, ② 신주공모, ③ 구주매출+신주공모)가 있다.
① 구주매출
구주매출은 기존 대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기업공개할 때 내놓아 파는 방법이다. 따라서 청약에 나온 수량만큼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총 주식수가 100주인데, 이 중에서 기존 50주를 공모한다면, 대주주의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50%로 떨어지게 된다. 구주매출은 보통 차익실현이 주된 목표다.
② 신주공모
신주공모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이들을 공모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당연히 찍어낸 수량에 비례해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총 주식수가 100주인데, 50주를 새로 발행해 이를 공모한다면,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100%에서 66.6%로 떨어지게 된다. 구주매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주식을 새로 발행하는 만큼 자본금이 커지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기업의 재무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면에 구주매출은 자본금 변동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참고로 유상증자, 무상증자, 유상감자, 무상감자 같은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유상증자는 주주들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나눠주기 때문에 그만큼 자본금이 늘어난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신주공모는 유상증자와 원리가 비슷하다. (다만, 유상증자는 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급한 때 실시하므로, 대부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본금이 기업의 재무평가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 다루겠다.
· 신규 발행한 주식의 액면가 × 신규 발행한 주식수 = 늘어난 자본금
· 신규 발행한 주식의 공모가 × 신규 발생한 주식수 = 회사가 확보한 대규모 투자금
③ 구주매출 + 신주공모
기업공모는 보통 구주매출과 신주공모가 동시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총 주식수가 100주인데, 50주를 새로 발행한 뒤, 100주를 공모한다면,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100%에서 33.3%로 떨어진다. (자본금도 신주가 새로 늘어나는 만큼만 커진다.)
기업공개 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SK케미칼이 대주주로서 98.04%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소액주주들이 의외로 지분을 1.33%나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우리사주 물량 중 일부를 개인투자자들이 장외에서 매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총 22,950,000주(=구주매출 7,650,000주+신주공모 15,300,000주)를 청약물량으로 내놨다. 이 중에서 우리사주 배정물량은 20%(=4,590,000주)이고, 나머지 80%(=18,360,000주)가 일반공모다.
여기까지가 기업공개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지분율 변화의 원리다. 사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주 청약방법을 아는 게 수익에 좀 더 도움 될 수 있다. 다만, 지배구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알아둘 만한 영역이니 숙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그룹에 속해있다. 사실상 계열분리한 곳이니, SK그룹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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