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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주식

상장폐지가 예고된, 쌍용양회 우선주 날아가는 이유

by 여의도 제갈량 2020. 9. 3.

분기말이 다가오기 1~2달 전부터는 해당 분기에 배당을 주는 배당주를 돌아보게 됩니다. 배당이 나름의 안전마진이 되기에, 시세 하락을 견딜 수 있는 자그마한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분기야 워낙 많은 회사들이 배당을 실시하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회사들마저 올해는 코OO 사태로 인해 줄어든 만큼,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회사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쌍용양회에 배당투자하면서 나름 재미를 봤는데, 이번에 쌍용상회 우선주가 상장폐지가 된다는 소식에 현재 주가가 들썩들썩 거리고 있어 한번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불과 보름 전에 공시된 반기보고서가 가장 최신정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쌍용양회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시멘트 회사입니다. 따라서 쌍용양회의 주가는 주로 건설경기와 연동됩니다.

 

 

테마적으로 보면, 대북주에 속하기도 합니다. 통일이 되거나 남북 간의 일정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게 되면, 북한 내 건설수요가 급증할거라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바로 경영진(최대주주) 입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들 중 하나인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즉, 창업주나 관련 직계가족이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펀드의 수익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쌍용양회의 대주주로 들어갔다고 보면 됩니다. 

 

 

돌려서 얘기할 필요 없이, 사모펀드의 최대 목표는 수익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특정 회사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서 대주주로 등극한 뒤, 극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회사의 체질을 바꾼 뒤,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엑시트 합니다. 애초에 창업주가 아니기에 기존 사업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어, 좀 더 결단력 있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창업주들은 죽은 아이 고추를 만지는 심경으로 사업부의 존속여부를 과감하게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각자의 장점이 각각 다릅니다.)

 

 

실제 한앤컴퍼니가 2016년 쌍용양회의 대주주로 등극한 뒤, 구조조정과 사업 통폐합 등으로 비록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무려 약 20.4%나 향상되었으며, 이를 4년 가까이 얼추 비슷하게 지속시키고 있습니다. 사양사업이라고만 생각했던 시멘트 업체를 통해 이런 성과를 만들어낸 점은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2018년과 2019년에는 배당성향이 100%를 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지급된 현금배당 총액의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1,316억이면, 대략 2,132억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배당성향 약 162% 적용시) 2020년에도 이런 상황은 쭉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 고배당 정책이 유지될 것입니다. 저 역시 간혹 매수할만한 마땅한 주식을 찾지 못한 경우에는 습관적으로 쌍용양회를 주식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곤 했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첨언하면, 배당 역시 소득세가 원천징수되는데, 배당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가 적용돼서 총 15.4%입니다.)

 

 

서론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쌍용양회 우선주 급등 원인을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지난 5월에는 말 그대로 우선주 광풍이 불던 때였습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가 100일 만에 30배 오르는 등, 몇몇 우선주 사이에서는 엄청난 폭탄 돌리기가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우선주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시켰습니다. 개정된 우선주 상장폐지 요건에 따르면, 이제 상장주식수 20만주 미만, 시가총액 20억원 미만이면 상장폐지가 가능해질 예정입니다. (기존 우선주 상장폐지 요건 : 상장주식수 5만주 미만, 시가총액 5억원 미만)

 

이런 이유에서 였을까요? 회사는 지난 5월 29일, 당시 전날 종가기준 9,240원인 쌍용양회 우선주를 약 67%의 프리미엄을 붙여 15,550원에 전량 공개매수한 뒤, 상장폐지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보통주만 남게 되는 쌍용양회 입장에서는 유상감자가 되는 셈입니다. 회사 측에서 밝힌 우선주 상장폐지를 진행코자 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투자자 보호 및 자본구조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발표 직후 한달동안 공개매수가 실행됐는데, 결국 95% 확보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자진 상장폐지의 요건은 ⓛ 전체 주식의 95%를 보유하거나 ② 주주수가 100명 미만 혹은 ③ 월평균 거래량 10,000주 미만일 경우에 한합니다.

 

공개매수 기간동안 회사 측은 약 80%의 주식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지며, 여전히 나머지 최소 15% 주식을 확보해야 됩니다. 공개매수를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부 주주들에게는 67%의 프리미엄이 너무 작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프리미엄으로 67%을 매겼던 기준은 아마도 기존 역사적 최고가(15,200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만, 역사적 최고가를 종가로 기록된 날, 장중 한 때 약 19,500원을 터치하고 난 뒤, 하한가에 가까운 하락을 맞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회사는 우선주 공개매수에 실패한 이후, 약 2달 가까이를 그냥 방치해두었습니다. 지금 같은 대세 상승장에서 소외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매수에 참가하지 않았던 주주들의 반응이 없자, 드디어 9월 1일부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쌍용양회 우선주 전량 유상소각 및 상장폐지일의 데드라인을 11월 16일(월)로 못박아 버린 것입니다. (단, 매매거래 정지 예정일은 11월 12일) 이후에도 소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9,297원에 소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회사가 95%를 소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확보하지 못한 물량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강제 소각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밝힌 회사의 입장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로 임시주주총회 때 특별결의사항으로 우선주 강제소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올 10월 12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결의안이 공시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게임이론이 매매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어쨌든 회사는 깔끔하게 최대한 95%를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단, 일단 회사가 95%를 확보한 순간, 현재 상승된 가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9,297원이 될 것이기에, 눈치 보면서 5%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상승국면이 연출되다가, 일순간에 급매도가 터질지 모릅니다. 정말 폭탄돌리기나 마찬가지이니, 이제부터는 정말 프로의 영역 혹은 투기의 영역입니다. 야수(?)의 심장을 가지신 투자자분들도 매수 전에 충분히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재밌는 점은 우선주는 유상소각 방식으로 유상감자하고, 보통주는 액면감액 방식으로 무상감자 한다는 점입니다. 원래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는 행위는, 유통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높아지며, 주당순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 이번 사례는 우선주를 유상소각한 뒤 상장폐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분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와는 크게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단, 보통주를 액면감액 방식으로 무상감자 한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주식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액면가액이 줄어들면, 자본금이 하락하게 되고, 하락분의 자본금을 이익잉여금 전입절차를 통해 배당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고배당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코자 하는 회사에 충분한 현금을 공급하게 된 셈입니다. (고양이에게 물고기를 맡긴 셈?!) 실제로 발 빠르신 분들은 오늘 많이들 진입하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액면가가 이렇게나 낮아지면, 유상증자 조건이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가능해진다는 우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으니 이점도 함께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 쌍용양회 우선주 급등사태를 알아보면서, 지난 3월 한솔홀딩스가 진행했던 자사주 소각과 액면액 감소에 의한 자본감소가 내내 떠올랐습니다. 같이 연계해서 보면 공통되는 부분들이 많으니 투자 간에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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