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재밌게 봤던 넷플릭스 시리즈를 하나 고르라면, '수리남'을 꼽지 않을까 싶다. 어느 순간부터는 결말을 확인하기 위해 끝까지 시청했던 다른 시리즈들과 달리, '수리남'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정말 몰입하며 시청했다. 이야기가 방대한 까닭에 충분히 10부작으로 제작할 법도 싶었지만, 곁가지 같은 이야기들을 잘라내고 6부작으로 내놓아 긴장감 있는 전개를 선택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물론 '오징어 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 비해 다소 밀리는 성과였지만, 그래도 성공한 K콘텐츠 중에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수리남'이 성공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실화에 기반한 자전적인 내용인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적인 과장이 섞여있어서 100% 실화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리남은 놀랍게도 실제로 존재하는 국가다. 수리남은 남아메리카 북쪽에 위치한 국가로 인구가 590,000여명 밖에 안되지만, 국토면적은 남한의 1.5배나 될 정도로 넓다. 참고로 수리남(修理男)은 자동차 정비공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강인구를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수리남 등장인물, 실화, 첸진, 결말 총정리
① 강인구
주인공 강인구(하정우)는 헌신적인 가장이다. 나름 성공적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더 큰 성공을 위해 수리남으로 건너와 홍어사업을 구상한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와중에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갱단과 충돌이 일어나는데, 전요환 목사의 중재를 통해 해결한다. 사실 전요환 목사는 강인구가 보낸 홍어 수출물량에 자신의 약을 묻어 통관에 성공하는지를 테스트해 보기 위해 강인구를 도와줬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강인구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후 국정원 요원 최창호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깨닫고, 전요환 목사를 사로잡기 위한 작전에 합류한다. (지난 홍어사업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약을 수입해 팔겠다는 명목으로 다시 수리남에 들어간다. 언더커버인 듯 아닌 듯 행동하는 하정우 배우의 뻔뻔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앞서 밝혔듯 드라마 '수리남'은 민간인 조력자 K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주인공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피카레스크식 전개방식을 띤다. (물론 엄밀히 말해 강인구를 악인이라 보긴 어렵다.)
② 전요환 목사
전요환(황정민) 목사는 사기꾼이다. 한국에서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려 더 이상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수리남에 오게 된다. 수리남에서는 약을 재배하고 유통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었으며, 수리남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고위관료들을 매수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된다. 강인구를 통해 무려 1톤의 약을 판매할 기회를 얻지만,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로 보내야 된다는 점 때문에 계속 미룬다. 자신의 최측근인 변기태가 배신하면서 결국 국정원에 사로잡히게 된다.
③ 최창호 팀장
최창호(박해수) 국정원 팀장은 강인구에게 언더커버가 될 것을 제안하며, 함께 전요환 목사에게 접근한다. (이때 본인 스스로의 신분 역시 사업가로 위장했다.) 강인구에게 연락할 때는 늘 '식사는 잡쉈어?'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데, 일종의 암구호라고 보면 된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최창호는 도덕적으로 별다른 흠이 보이지 않으며, 전반적인 능력 자체도 굉장히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박해수 배우가 넷플릭스의 수많은 작품에 거의 공무원 수준으로 등장해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다.
④ 변기태, 데이빗 박
변기태(조우진)는 사실 최창호 팀장이 보낸 진짜 언더커버다. 조선족 출신이라 중국어가 가능하며, 의심이 많은 전요환 목사를 속이기 위해 최초에는 첸진의 밑에서 조직생활을 시작해 영입되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전요환 목사 밑에서는 전도사로 불린다. (신뢰를 많이 얻었음을 의미하며, 실제로 무조건적으로 전요환 목사의 말에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이 굉장히 스릴 넘친다. 특전사 대위 출신인 만큼 전투수행능력이 좋다.
데이빗 박(유연석)은 콜롬비아 한인 2세 출신의 국제변호사로 전요환 패거리의 브레인이다. 전요환 목사와 마찬가지로 의심이 많아 언더커버로 들어온 강인구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실제로 푸에르토리코가 미국령이라는 점을 들어 약판매를 반대하는 활약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가장 빠르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유연석 배우의 연기가 딱히 와닿지 않았다.
⑤ 첸진
첸진(장첸)은 수리남 차이나타운에 자리 잡은 중국인 갱단의 두목이다. 전요환 목사와 약 유통을 놓고 경쟁하고 있지만, 힘의 격차를 인정해서 인지 비주류 약만 취급하고 있다. 강인구는 첸진과 전요환 목사 간에 감도는 묘한 긴장감을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이간질을 일으킨다. 결국 전요환 목사가 수리남 군대를 동원해 차이나타운을 박살 낼 때 함께 죽는다. 장첸 배우는 대만 출신이기에 본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애초에 중국에서는 넷플릭스 시청이 불가능하므로 이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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