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엄마에 대한 환상이 없어서 그럴까? 솔직히 모성애라는 것에 상당히 냉소적인 편이다. 거기에 요즘 레디컬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추앙받는 라미란 배우가 주연을 맡은 탓에 솔직히 '나쁜 엄마'를 시청하는 것을 꽤나 주저했음을 고백한다. 그런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드라마 '나쁜 엄마'는 의외로 공감이 가는 작품이었다. K신파 특유의 몹쓸(?) 비장함이 있긴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설정과 서사의 전개 때문에 시청하는 내내 몰입해서 봤다.
특히 자식이 명문대에 입학하고,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을 마치 인생 최대의 목표인 듯 착각하는 학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가족 간에 유대감이 유독 강한 베트남에 머물러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금 모자라더라도 가족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부족한 것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애정이 없는 가족관계는 솔직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드라마 나쁜 엄마, 출연진 총정리
① 진영순, 최해식, 최강호
원래 진영순(라미란)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처녀였지만, 갑작스럽게 남편 최해식을 잃고, 아들 최강호를 독하게 키운다. 밥을 많이 먹으면 졸리다는 이유로 많이 먹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풍은 당연하다는 듯이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 최강호의 여자친구인 이미주가 수능날 사고를 당해 이를 뒤치다꺼리하느라 시험을 보지 못하자 뺨을 때리며 불같이 화를 냈다. 다행히 최강호가 재수가 성공하고, 그토록 원하는 검사가 되긴 하지만, 이젠 아들이 그녀를 외면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최해식(조진웅)은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건실한 청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진영순에게 마음을 고백하기까지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랑에 숙맥이긴 하지만, 그래도 용기 있게 다가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렇게 진영순과 결혼하고 아들인 최강호를 가지게 되지만, 자신의 돼지농장을 철거코자 하는 송우벽에게 죽임을 당한다. (엄밀하게 말해 자살을 당했다.) 충격적인 서사 전개로 인해 조진웅 배우는 무려 1화 만에 극에서 퇴장하지만, 엄청나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직한 시골청년의 모습을 정말 잘 연기했다.
최강호(이도현)는 엄마 진영순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당하며 성장한다. 솔직히 그가 크게 삐뚤어지지 않고, 그저 공부에만 몰두했던 게 신기할 정도다. (초등학생인 최강호가 소풍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로 나쁜 엄마라고 적을 때는 솔직히 눈물이 주르륵 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성장해 검사가 되고, 자신의 아빠를 죽인 송유벽 회장 밑에서 일하는 장면을 볼 때는 하늘도 참 무심하지 싶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헛헛한 마음으로 계속 시청하다 보면, 그가 엄마 진영순을 찾아가 호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면, 최강호가 너무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왠지 모르게 이해가 됐다. 솔직히 애정이 없는 허울뿐인 가족을 굳이 지킬 필요가 있나 싶다. 나 같아도 최강호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7세의 지능이 돼서 깨어난다.
② 정씨, 이미주
정씨(강말금)는 동네주민이다. 최강호와 한날한시에 태어난 이미주의 엄마로서, 실제로 진영순의 집에서 그녀와 함께 출산을 한다. 춤바람 난 남편 때문인지 대체로 집안의 기운 자체가 무너진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지, 이웃들에게는 거짓말로 쌍둥이를 낳고 서울로 가버린 딸내미가 마치 미국에 있는 것처럼 속이고 있다.
이미주(안은진)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다. 거기에 앞뒤를 재지 않고 행동하는 괄괄함이 더해졌다. 춤바람 난 아빠를 찾아 방문했던 무도회장에서 불륜녀가 하고 있는 빨간색 네일에 운명적으로 빠지면서, 네일 아티스트(=손톱미용사)가 된다. 딱히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최강호가 수능날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한 원죄가 있는 만큼 결국 사귀던 사이가 길게 이어지진 못한다.
③ 박씨, 방삼식
박씨(서이숙)는 정씨와 함께 같은 동네에 지내는 주민이다. 최강호, 이미주와 비슷한 시기에 아들 방삼식을 낳았다. '나쁜 엄마'에 등장하는 남자들 대부분이 문제가 하나씩 있는데, 박씨의 남편인 청년회장은 무능력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방삼식이 절도죄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는데, 어떻게든 일자리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도 싫어하는 진영순과도 좋게 지내려 노력한다. 참고로 서이숙 배우는 '퀸메이커'에서 손영심 회장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잘 연기하고 있다.
방삼식(유인수)은 동네친구들인 최강호, 이미주와 함께 성장하지만, 이후 나쁜 길에 빠져들게 됐는지 감옥에 가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이미주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뭔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 방삼식의 서사는 아직 풀리지 않았으므로, 추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④ 송우벽, 오태수, 오하영
송우벽(최무성) 우벽그룹 회장은 최해식(조진웅)을 죽인 인물이다. 사실상 깡패라고 봐도 되며, 온갖 이권다툼을 통해 현재의 부를 이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양담배를 피고 다니며, 한쪽 발을 전다. 놀랍게도 최해식의 아들인 최강호가 성인이 돼서 송우벽 회장 밑에서 일한다. (기본적으로 송우벽 회장은 의심이 많다는 설정인데, 최강호의 가족관계를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솔직히 납득이 안된다.) 오태수 국회의원과 엮이기 위해 최강호를 자신의 아들로 입적시키는 결심을 한다.
오태수(정웅인) 국회의원은 전직 검사 출신이다.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지낸 만큼 검사로서 꽤나 성공을 했으며, 현재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치계 거물이다. 스폰서인 송우벽 회장의 지원을 수차례 받았다. 송우벽 회장이 최해식을 죽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냥 넘어가며, 최강호와는 악연을 맺는다. 이후 자신을 존경한다며 접근하는 최강호에게 이유 모를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에게 약점을 잡히면서 자신의 딸인 오하영과의 결혼을 허락해야 될 처지가 됐다.
오하영(홍비라)은 오태수의 딸이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해서 인지 철이 없다. 자신에게 당당하게 다가오는 최강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이후 교통사고로 인해 7세 지능이 돼버리자 주저 없이 인연을 끊어버린다.
⑤ 이장, 이장부인
이장(김원해)과 이장부인(박보경)은 감초 같은 역할이다. 이장은 직책 때문인지 마을의 대소사를 앞장서서 챙기고 다닌다. 함께 다니는 이장부인은 할말 못할말을 가리지 못해 주변을 섬뜩하게 하는데, 워낙 캐릭터를 잡을 게 없어서 그런지 늘 마스크팩을 사용한다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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