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뜨거운 한국영화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천만관객을 달성한 '범죄도시2'다. 솔직히 '범죄도시' 시리즈를 시청해보면, 딱히 작품성 자체가 높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메시지가 간단하고 선명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법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범죄자들은 확실하게 응징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드롬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범죄가 말도 안되게 기승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범죄자들의 신상을 과도할 정도로 보호하고, 범죄자들의 인권을 고려해 과잉진압하는 것이 문제라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나마, 이런 나쁜 놈들에게 묵직한 한방을 선사하는 마동석표 액션을 볼 수 있으니, 관객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화끈하게 풀리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영화 '범죄도시'는 현대판 동화, 혹은 판타지처럼 소구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중은 마석도(마동석) 같은 형사에 열광한다. 그는 범죄자들을 그들의 격에 맞게 다룬다. 심지어 필요할 때는 때려서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실천한다. 반면, 일반시민들에게는 늘 존댓말과 함께 깍듯이 인사한다. 선량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는 듯 행동한다. 범죄자가 든 칼에 놀라 도망치는 경찰이나 후배를 추행하는 경찰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경찰과 군인은 단순히 안정적인 공무원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드시 신념과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만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마동석 유니버스 총정리
1편에 해당하는 '범죄도시'에 이어 '범죄도시2'에서도 마석도 형사는 거침없다. 심지어 이번에는 무대가 베트남이다. 실제로 초반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호치민의 심장이라 불리는 1군이다. 아마도 익숙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였겠지만, 어학연수로 유명한 인문사회과학대학교(인사대) 앞부터 사이공강까지의 거리를 쫙 보여준다. 코로나의 여파로 베트남에서는 인서트(insert)만 따고, 나머지 장면들은 한국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감쪽같아 놀랐다.
영화의 주요 내용인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셋업 범죄에 대한 내용은 사실 필리핀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교민들 간의 사기가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호치민을 마치 무법천지인 듯 비추고 있지만, 의외로 베트남 자체는 공권력이 매우 강해 강력범죄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베트남 당국에서는 영화가 호치민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심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베트남내 개봉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마 제작사 측에서는 어느 정도는 사전에 예상했을 것이다.
참고로 마석도와 금천서 형사들의 이야기는 총 8편까지 제작될 수 있으며, 만약 제작된다면 8편 모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따올 가능성이 높다. 마블이 내세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를 일명 MCU라 하는데, 이를 인용해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 불리는 또 다른 MCU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단순히 '범죄도시'를 시리즈화하는 것을 넘어 마동석이 출연한 다른 영화들과 나름의 연관성을 짓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좀비라는 단어는 영화 '부산행'을 시키는 정도다. 당연히 마블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깨알 같은 재미는 줄 수 있다.
'범죄도시'가 시리즈화되면, 금천서 형사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드라마나 스핀오프 등으로 제작될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애초에 이런 마동석 유니버스가 가능했던 이유가 마동석이 '범죄도시'의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범죄도시2'에서는 마석도 형사 못지않게 전일만(최귀화) 반장이 굉장히 돋보였다. 개그를 장착한 탓에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버디무비에서나 볼 수 있는 찰떡케미를 선보였다.
범죄도시3 최신 근황
아쉽게도 전일만 반장은 '범죄도시3'에는 합류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범죄도시3'는 이미 촬영에 들어간 상태다. 애초에 '범죄도시2'가 2020년 개봉 예정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부터라도 빠르게 촬영해야 맞다. '범죄도시3'의 배경은 일본이며, 주요 범죄자들은 야쿠자라고 한다. 더불어 마석도 형사가 기존 금천서에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소속을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앞으로의 시리즈에서는 출연진들이 교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범수와 김민재 배우가 출연을 예고하고 있다.
'범죄도시'에 출연했던 빌런들은 모두 강력했다. 장첸(윤계상)과 강해상(손석구) 모두 뭔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진다. '범죄도시3'에서는 주성철(이준혁)이 야쿠자로 등장한다. 시리즈 대대로 빌런들에게 굳이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만큼, 굉장히 악독한 악인이 탄생할 것 같다. 실제 현실에서 범죄자들은 DC코믹스의 빌런들처럼 뭔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심성이 나쁜 사람들이 대다수다. 참고로 '범죄도시' 시리즈는 최소 4편까지는 확실히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장이수(박지환)는 앞으로도 계속 출연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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