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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영화

영화 뺑반 통해 본 경찰내부 권력투쟁 (+경찰 계급표 총정리)

by 쉼 표 2023. 5. 6.

지난 2019년에 개봉했던 영화 '뺑반'은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딱히 재밌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었기에 그냥 흔하디 흔한 범죄물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에 입각해 만들어서 그런지 성차별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억지스럽게 입혀진 것 같았다. (PC주의가 망친 대표적인 영화 '걸캅스'가 직전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남성 등장인물들은 무조건 문제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서민재 순경(류준열)은 뭔가 어눌하고, 정재철 JM모터스 의장(조정석)은 말더듬이에 분노조절 장애가 있으며, 그의 똘마니 이사는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린다.

 

은시연 경위에게 쩔쩔매는 기태호 검사

 

기태호 검사(손석구)는 경찰 여자친구인 은시연 경위(공효진)에게 쩔쩔매 공과사를 구분 못하고, 서민재의 양아버지(이성민)는 다리 한쪽을 잃었으며, 렉카를 몰고 다니는 존재감 없는 이웃(샤이니 키)은 늘 사고만 친다. 부패한 경찰청장(유연수)은 뇌물수수와 관련된 모든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대놓고 담배를 피울 정도로 뻔뻔하고, 그의 오른팔 수하(이학수)는 같은 동료경찰을 폭력으로 제압할 정도로 잔인하다.

 

영화 뺑반의 관전 포인트 3가지

① 슈퍼카의 향연

암튼 평단과 관객들의 악평으로 인해 제작비 대비 굉장히 낮은 관객수를 모았지만, 나름 장점도 상당히 많다. 다양한 슈퍼카와 콘셉차량이 등장하기 때문에,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일단 보는 맛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감독이 사실적인 카체이싱(car chasing)을 표방하며, 레이싱을 너무 밋밋하게 표현하는 바람에 되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최고급 한우 꽃등심을 사다가 라면에 끓인 느낌이랄까? 차에 별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어렵게 구해왔을 차량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구린 구석이 있는 윤지현 경정 역을 맡은 염정아

 

② 경찰 내부의 권력투쟁

나름 신선했던 것은 여성 경찰간부인 윤지현 경정(염정아)과 은시연 경위가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치안총감)을 타겟으로 정치적인 수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남성이 아닌 여성도 성취지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나름 그럴듯하게 그린 것 같다. (물론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서남원 감독을 제끼기(?) 위해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 선수가 벌인 항명이 비근한 사례다. 실제로 이들 입장에서는 꼴 보기 싫은 감독을 경질시켰고, 코치는 감독대행으로, 선수는 개선장군의 모양새로 팀에 복귀할 뻔했다.)

 

경찰 계급표

 

평론가들이나 많은 관객들이 지적했던 영화 '뺑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토리가 너무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극 중에서 윤지현 경정이 아무리 가장 잘 나가는 요직인 내사과의 과장이라 할지라도 계급이 경정에 불과한데, 포스는 군대로 치면 장성급(★)에 해당하는 경무관급 이상을 보여준다. 이는 윤지현 경정이 경찰 내 성골 취급을 받는 경찰대 출신이라 해도 실제로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경찰청장의 비리를 포착하고, 이를 승진의 기회로 삼으려는 치안정감과 온 힘을 다해 이를 막는 경찰청장 간의 대립은 현실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일인지라 오히려 리얼하게 느껴졌다. 실제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간부후보생, 순경공채 등) 간의 권력다툼이 2010년대 초반 이명박 정권 때 제대로 폭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로 정감위사장(경, 경, 경, 경, 경)이라는 단어를 외우면, 경찰계급을 쉽게 암기할 수 있다.)

 

부패한 경찰총장 vs 돌아이 재벌

 

③ 조정석의 미친 연기력

류준열의 연기는 대체로 좋았지만, 연출의 문제로 서민재 순경의 서사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대신 조정석의 연기가 미쳤다. 정말 압도적이었다.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자신이 말을 더듬는 이유를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설명하는 씬이었다. 어렸을 적 수두에 걸려 아팠을 때, 운전기사로 일하던 아빠가 주인에게 가서 차량을 빌리려고 하니 '버스 아직도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며 미친 듯이 웃는데, 이때의 모습은 가히 한국판 조커라 불러도 무색할 정도였다.

 

한국판 조커 정재철 역의 조정석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자신이 타고 있던 차량과 똑같은 차를 발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조정석이 그거 엄마차 아니냐며 상대 운전자에게 물어보고, 이에 불쾌해진 상대방이 내리라고 하자 골프채를 가지고 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한참 때려 부순 뒤 골프채를 건네며, 너도 니 차가 맞으면 한번 부셔보라고 말할 때는 정말 지릴 뻔했다.

 

너도 니차가 맞으면 한번 부셔봐!

 

이외에도 범죄와 범죄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 역시 좋았다. 사건에도 크고 작은 게 있냐는 류준열의 물음에서 시작된 공효진의 고민은 결국 조정석과 일종의 플리바겐(plea bargin)을 시도한 염정아에게 '더 나쁜 놈들 잡을 수 있으면, 그 새끼(조정석) 죄는 없어지는 거냐?'는 절규로 발전한다.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어디선가 본 듯한 클리셰(cliché)였지만, 그래도 주제의식으로는 찰떡이었던 것 같다.

 

순경(류준열)이 경위(공효진)의 멱살을 잡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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