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과 라이따이한 뜻 (+꼬이고 꼬인 역사)

시작에 앞서, 정말 오랜 고민 끝에 이번 포스팅을 발행함을 밝힌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쉬쉬하며 덮으면 문제가 되레 더 커지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공론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라이따이한 문제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늘 고민하게 만드는 이슈였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될 것 같다.

 

라이따이한(Lai Đại Hàn)은 한국인 아버지와 남베트남(=월남)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을 의미하며, 단어 그 자체만 보면 혼혈한국인이라는 경멸적인 뜻을 담고 있다. 참고로 라이(lai)는 혼혈의, 잡종의 라는 뜻이며, 따이한(Đại Hàn)은 베트남 전쟁이 일어났던 당시 베트남인들이 한국을 부르던 단어였다. 참고로 현재는 한꿕(Hàn Quốc)이라 부른다. 베트남어 자체가 중국어 베이스인 만큼 따이한 역시 모티브가 된 한자어가 있는데, 바로 대한(大韓)이다.

 

베트남 전쟁과 라이따이한 뜻

한국군은 지난 1964년부터 1975년 사이에 펼쳐진 베트남 전쟁, 일명 월남전에 참전했다. 1965년부터 국군을 보내기 시작해 전쟁이 종전될 때까지 미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했다. 미국과 한국이 혈맹국이라는 사실은 단순히 6·25 전쟁 때 미군이 도와줬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미군과 함께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를 살펴봐도, 미군과 함께 전투를 수행한 동맹국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많다. 자세한 베트남 전쟁의 양상은 아래 포스팅을 통해 요약해 놨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베트남 사이공 해방기념일 유래 (+베트남 전쟁 총정리)

 

무려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총 40만명에 달하는 국군과 민간분야의 인력들이 남베트남에 들어갔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참전했으며, 이들을 통해 확보한 달러는 1960~1980대 경제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사용됐다. 남베트남에 워낙 오랫동안 머물다 보니, 자연스레 베트남인과 인연을 맺은 경우가 발생했는데,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있었다.

 

파월국군

 

일각에서는 마치 한국군이 전쟁범죄를 적극적으로 벌여 라이따이한이 생겨났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베트남인과 사실혼 관계를 맺었던 것은 주로 퇴역군인이나 민간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베트남 여성들은 왜 말도 제대로 안통하는 한국인과 혼인관계를 맺었던 것일까? 물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든 분위기 탓도 있었겠지만, 현실적으로 북베트남이 승리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베트남을 떠나야 된다는 현실적인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보트피플

 

실제로 베트남 보트피플에 관한 이슈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남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에 나설 거라는 공포가 있었으며, 어떻게든 탈출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즉, 이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던 것이다. 문제는 베트남 전쟁이 1975년 4월 30일 부지불식간에 마무리되면서, 미군을 포함한 동맹군들의 퇴각이 긴박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사이공 탈출이라 부르며, 미군에서는 프리퀀트 윈드(Frequent Wind)이라 명했다.

 

그렇다 보니, 많은 베트남인들이 이때 한국으로 함께 가지 못했고, 남편 없이 자녀를 키우는 베트남 여성들이 대거 발생했다. 한국인 남편들 중에서는 어떻게든 아내와 자식들을 데려오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국과 베트남이 종전 이후 1976년부터 단교했기 때문에 방문은커녕 연락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미군과 한국군을 적군으로 맞아 싸웠던 북베트남 입장에서는 이들 남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인 남자와 인연을 맺어 아이를 낳았으므로 매국노 취급했고, 이에 라이따이한과 가족들은 자연스레 사회적인 차별을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차별이 없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숨어 살아야 될 정도로 교육은 물론 경제활동 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992년에 이르러서야 수교가 다시 맺어졌다. 무려 16년이나 흘러버린 것이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 남편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반대로 베트남 아내들 중에서도 많은 경우가 베트남에서 재혼했다. 그렇다 보니, 라이따이한들은 양국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가 돼버렸다. 다행히 한국이 이전과 달리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류를 일으켜 베트남내 분위기가 다시금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라이따이한의 수는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된다. 대략 5,000~30,000명 정도가 있을 거라 추정할 뿐이다. 이는 한국 측에서 어떻게든 진위여부를 확인하려 해도, 베트남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베트남이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했으므로, 패전국으로 부터 사과받을 필요 없다 것인데, 실질적으로는 이에 관한 심도 깊은 조사가 진행될 경우, 어쩔 수 없이 북베트남군이 남베트남에서 벌였던 일들도 함께 조사해야 되므로, 굳이 갈등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 없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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