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하면, 기업이나 학교, 공공기관 등에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위탁급식업체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공부했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카페테리아를 아워홈이 운영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친숙한 회사다. 물론 아워홈은 요 몇년사이 HMR(가정간편식) 라인업을 보강하면서 이제는 단순한 급식업체가 아닌 종합식품기업의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지만, 여전히 위탁급식 사업부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것이 한계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아워홈은 범 LG가에 속하는 회사들 중 하나다. 지난 2000년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LG유통의 식품서비스부문을 계열분리해 독립한 것이 현재의 아워홈이 됐다. (참고로 LG유통은 이후 GS그룹이 계열분리할 때 GS리테일의 모태가 된다.) LG그룹에서 나온 만큼, 지금처럼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었을 당시에는 LG그룹은 물론 LS그룹 등과 같은 범 LG가 회사들의 위탁급식사업을 도맡아 외형을 확장했다.
사실 대기업에서는 위탁급식사업을 자체적으로 런칭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쉽게 사업을 런칭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더라도 그룹사에서 밀어주는 확정적인 매출이 있기 때문에 식품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좋은 편이다.
아워홈 가계도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LG그룹의 창업주, 구인회 그룹회장의 셋째 아들로서,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그룹회장의 둘째딸(이숙희)과 결혼했다. 자연히 구자학 회장의 자녀들은 LG가의 피가 절반, 삼성가의 피가 절반 흐르게 됐다. 실제로 구자학 회장의 자녀들은 외가인 삼성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다. 장남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은 삼성물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커리어를 쌓았으며, 삼녀인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 역시 삼성인력개발원에 재직했기 때문에, 삼성의 그룹문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LG와 삼성의 경영스타일은 굉장히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인화를 중시하는 LG는 오너의 역할을 서포트하는 정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과를 중시하는 삼성은 오너가 사업을 주도적으로 리드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워홈은 그동안 LG가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경영권 분쟁이 생겼던 유일한 곳이다. 참고로 장녀(구미현)와 차녀(구명진)는 따로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아워홈의 대주주로서 자식들과 함께 보유한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구자학 회장은 조만간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워홈 역시 지난 몇년간 승계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였다. 사실 제일 먼저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사람은 삼녀인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였다. 지난 2004년에 이미 아워홈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 중 하나인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해, 2015년 구매식자재사업 본부장에서 보직해임되고 말았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장남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의 경영권을 본격적으로 장악하는 과정에서 구지은 대표가 희생됐다는 의견과 함께, 삼성 특유의 경영스타일을 지닌 구지은 대표가 본부장에 재직하던 시절에 수많은 임원들과 척을 지면서 구본성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견해도 있다.
아워홈 지배구조
이유야 어찌됐던 현재까지도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진행 중이다. 아버지 구자학 회장은 자녀들에게 모든 지분을 이미 나눠줬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남매간의 분쟁이다. 대결구도를 보면, 구본성 부회장과 장녀(구미현)가 한편이고, 차녀(구명진)와 삼녀 구지은 대표가 한편이다. 장녀(20.06%=19.28%+0.39%+0.39%)의 지지를 힘입은 구본성 부회장(38.56%)이 지분의 과반(58.56%)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장녀가 차녀와 삼녀 편에 서는 순간, 구본성 부회장 역시 경영권을 내려놔야 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기도 하다.
구지은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캘리스코는 아워홈의 외식사업 중 하나인 사보텐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에 재직할 당시, 위탁급식사업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외식사업과 가정간편식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에, 캘리스코는 구대표의 가장 많은 애정과 손길이 탄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참고로 캘리스코는 사보텐, 히바린, 타코벨 등의 외식사업과 가정간편식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캘리스코의 매출규모는 대략 900억원 전후이기 때문에, 매출규모가 거의 1조 9,000억원에 육박하는 아워홈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꾸준한 외형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외식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줄이어 상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아, 캘리스코 역시 상장을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차녀(구명진) 역시 상당히 많은 캘리스코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둘은 단순한 자매를 넘어서 운명공동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실제로 둘이 함께 투자한 펀드, 부동산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아워홈은 3자매가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전까지는 상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이 상당히 아슬아슬할 뿐만 아니라 동생들이 딴마음을 품는 순간 경영권을 잃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꽤나 어린 1994년생 아들(구재모)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승계를 발 빠르게 준비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본성 부회장은 이미 동생들인 차녀(구명진), 구지은 대표와는 감정적으로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은 것 같다. 지난 2019년 연말에 아워홈은 추후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을 중단함과 동시에 그동안 연동되어 있던 IT시스템에 대한 사용중단을 통보했고, 이에 캘리스코 역시 실제 몇달 뒤에 신세계푸드와 식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해 서로 손절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을 정도로 진심으로 진흙탕 싸움을 했다. 캘리스코가 신세계푸드와 대략 200억 수준의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하니, 구본성 부회장 입장에서는 해당 매출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은 동생들과 엮기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추가 업데이트
2021년 6월, 이전에 저질렀던 보복운전에 대한 혐의가 인정되면서, 구본성 부회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아워홈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구본성 부회장을 기존 대표이사에서 사임시키고, 구지은 대표를 아워홈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지은 대표는 지난 2021년 2월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고, 그 자리를 차녀(구명진)가 맡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장녀(구미현)가 구지은 대표를 밀어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로서 범 LG가에서는 최초로 장남이 아닌 여성이 가업을 물려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다만, 여전히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이 38.56%으로 압도적인 탓에, 구지은 대표가 언니들 도움 없이는 아워홈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방법이 전무하다. 따라서 현재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가족들에게만 돌아가는 무리한 배당잔치를 막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창사 최초로 지난 2020년에 적자가 발생한 만큼, 영업 정상화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하고 있어 당분간은 헤쳐나가기 힘들 것 같다.
추가 업데이트
2022년 2월, 결국 구본성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38.56%) 전부를 모두 매각하고, 아워홈 경영에서 손떼겠다고 밝혔다. 물론 정말 매각하는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되겠지만, 만약 매각한다면 다양한 방식이 동원될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아워홈을 기업공개시켜 구주매출을 활용해 엑시트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구본성 부회장은 엄청난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을 공개하는 것 자체를 3자매가 동의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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