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라이더'는 웰메이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 작품의 서사와 ㉯ 배우들의 열연, ㉰ 2017년 개봉 당시만 해도 흔하지 않았던 미스터리적인 요소까지 결합되면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병헌 배우의 내밀한 연기가 돋보였다. 가족과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직장마저 잃은 가장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참고로 싱글라이더는 홀로 여행하는 여행객, 홀로 비행하는 승객을 뜻한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영화의 평점 역시 네이버 영화 8.0점, 다음 영화 7.6점으로 꽤나 괜찮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호주에서의 삶을 직접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었기에 정말 재밌게 봤다. 실제로 호주로의 유학, 이민, 워킹홀리데이 등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싶다. 타지에서 동포들 간에 서로 등쳐먹는 현실도 너무 리얼하게 묘사됐다. 애초에 그 어떤 국가에서도 나이 많은 아시아인을 환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저나 호주 대륙 자체가 워낙 광활해서 그런지, 풍경이 압도적인 것 같다.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영화 '싱글라이더'를 행복이 무엇이고,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승승장구하는 커리어, 이를 기반으로 자식을 유학 보내는가 하면, 아내 역시 금전적으로 크게 쪼들리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은 어쩌면 모든 한국 남자들의 꿈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주인공인 강재훈은 노력 끝에 이를 모두 이뤄냈다. 하지만 회사가 무너지자 그동안 힘겹게 쌓아왔던 성이 모래성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 싱글라이더 출연진, 평점, 스토리, 결말
① 강재훈, 이수진
강재훈(이병헌)은 라우터증권 한남지점 지점장이다. 회사의 지시로 부실채권을 팔았으며, 사재를 털어가면서 까지 실적에 신경을 쓰면서 회사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압도적인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많은 인센티브를 받아서 그런지 아들과 아내를 호주로 보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들이 머문 곳은 부촌에 속하는 굉장히 좋은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실채권은 결국 문제가 됐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번아웃이 온 강재훈은 문득 가족들이 있는 호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불과 일주일 뒤면 이들이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시드니로 떠난다. 아무 예고 없이 떠난 그곳에서 아내는 크리스라는 호주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물론 호주로의 이민 자체는 남편인 강재훈과 할 계획이었음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확실한 바람이다.) 이모저모 현타를 느끼는 와중에 유진아를 만나 그녀가 당한 사건을 함께 해결해 주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이미 죽은 상태임을 깨닫게 된다.
최근에 2번째 시청을 했다. 이번에 볼 때는 이미 강재훈이 죽은 상태라는 것을 감안하면서 봤다. 그랬기에 장면들이 의미하는 바를 확실하게 곱씹어 볼 수 있었다. 강재훈은 호주로 떠나기 이전에 이미 사망했다. 따라서 그가 호주에서 대화를 나눴던 이웃집 할머니, 다리건설 노동자, 크리스의 아내, 강아지 치치는 모두 유령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직 자신의 아들만이 예외다.) 이들 때문에 강재훈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수진(공효진)은 전직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강재훈의 아내이다. 원래는 호주로 가는 것을 싫어했지만, 남편이 워낙에 강권하는 바람에 떠나게 됐다. 타지에서 홀로 아이를 돌보며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쉽지 않다. 그랬기에 자연스럽게 훈남인 크리스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정확하게 찝어 언급하진 않았지만, 크리스가 새벽이 돼서야 이수진의 집을 떠난 것으로 봤을 때 사실상 육체적인 관계까지 했다고 봐야 된다.
강재훈은 건설노동자에 불과(?)한 크리스의 어떤 점 때문에 아내가 왜 끌렸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아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이해를 하게 된다. (사실 직업적인 차별이 한국만큼이나 뚜렷한 사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모두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대변되는 유교적인 관념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호주로의 이민을 강재훈과 함께 하는 것으로 봤을 때, 이수진의 입장에서는 크리스와의 불륜을 잠깐의 일탈처럼 즐겼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녀는 남편의 직장에 큰 문제가 생겼었음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독립을 하기 위해 시드니에 있는 오케스트라단에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의 일탈이라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
② 유진아
유진아(안소희)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다. 이곳에서 온갖 일들을 하며, 무려 $19,000이나 벌었다. 이는 그녀가 농장이나 공장 같은 곳에서 힘든 일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음을 뜻한다. 하지만 환율이 $1=1,200원에서 $1=800원까지 떨어지자 심리적으로 1/3에 달하는 금액을 손해 봤기에 개인 간 환전이라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돈을 노리고 있던 또 다른 워홀러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녀는 자신이 죽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결국 강재훈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③ 크리스
크리스(잭 캠벨)는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호주인이다. 결혼을 한 유부남이지만, 아내가 딸을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마 상태에 빠졌기에 수년간 자식을 홀로 키우고 있다. 그는 진심으로 이수진을 사랑했다. 그랬기에 그녀의 아들이 급성장염을 앓고 드러누웠을 때 맨발로 그를 안고 병원까지 뛰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에게 이를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수진이 결국 남편 강재훈을 선택하자, 모든 것을 체념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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