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통제불가능한 영역이기에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자각몽(lucid dream)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영화의 소재로 자주 제작되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있다. 솔직히 영화 '인드림'의 작품성은 그렇게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대부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범주 내에서 서사가 전개될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영상미도 평이하다.
영화의 평점도 네이버 영화 5.66점, 다음 영화 5.9점으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인드림'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많기에 나름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살인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본능과 사회적인 규범 사이에서 번민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모습이 실제 우리들과 딱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돼서 그런지, 몰입감을 느꼈다. 물론 영화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무책임하면 어떤가? 원래 작품은 이 정도의 역할만 하면 된다.
영화 인드림 출연진, 스토리, 결말 총정리
① 홍화, 지은, 서윤경
홍화(서효림)의 삶은 누구보다 무너져 있다. 가장 가까운 친구 지은은 자신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고, 아빠는 수년째 회복되지도 않은 채 병상에서 겨우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이제는 늙어버린 무능력한 엄마를 대신해 자신이 돈을 벌어야 되는데, 윗집에서는 층간소음을 일으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편의점에는 온갖 정신병자들이 와서 그들의 감정을 배설한다. 거액을 주는 신약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알바에도 참여했는데, 우연찮게 자각몽 현상을 겪게 된다.
이는 단순한 자각몽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꿈에도 들어갈 수 있는 공유몽(dream walking)이었다. 이를 통해 살인마 재인 꿈속을 들어가 그에게 붙잡힌 자신의 친구를 구하려 한다. 물론 꿈속에서의 그녀는 평소에 쌓였던 분노를 맘껏 해소하지만, 결국에는 재인을 붙잡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굉장히 애매하다. 애증의 상대였던 지은과 아빠 모두가 죽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코마 상태에 빠져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게 됐기 때문이다.
지은(노지유)은 홍화의 절친이다.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다 같은 대학에서 같은 전공을 했으니 말 다했다. 우연히 만난 복학생 선배에게 맘을 두게 됐지만, 홍화가 그와 결혼하는 바람에 마음을 접는가 싶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몰래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살인마 재인에게 잡혀 온갖 고초를 겪다가 결국 죽임을 당한다.
서윤경(윤채경)은 Aliven이라는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홍화의 신약 임상실험을 담당했다. 홍화가 겪고 있는 공유몽 현상에 관해 형사 상준에게 알려주는 등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윤채경은 이제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전직을 모색하는 것 같은데, 연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 같다. 단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어색했다.
② 재인
재인(오지호)은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빠가 가정폭력을 휘둘렀다. 우연한 계기로 홍화와 마찬가지로 공유몽을 겪으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꿈속에서 마치 신과 같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다 보니, 살인에 무뎌졌다. 결국 반사회적인 인격이 형성되어, 현실에서도 사람들을 살해하게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온갖 모욕과 스트레스를 안겨온 가해자들을 죽여도 된다는 재인의 논리가 공감될 수 있지만, 결국 괴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어느 순간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지호 배우는 줄곧 B급 감성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것 같다. (B급 감성의 영화라는 게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이너한 감성이 있는 저예산 영화를 뜻한다.) 물론 애초에 대배우가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름 남궁민 배우와 마찬가지로 경쾌한 배역을 맡았을 때 상당히 빛을 발했던 것 같은데 아쉽다.
③ 상준, 양형사
상준(김승수)은 연쇄살인범인 재인을 쫓고 있다. 공유몽을 통해 재인에 대한 단서를 얻은 홍화를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녀가 이런저런 증거를 가져오자 결국에는 믿게 된다. 애초에 상준은 매우 애매한 캐릭터다. 선한 인물이라고 하기엔 동료인 양형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수이긴 하지만) 양형사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만다. 이를 통해 감독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매우 이중적이라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결국에는 홍화의 도움을 받아 재인을 잡는다.
양형사(이설구)는 상준의 동료다. 그냥 직장 동료라고 하기엔 둘의 관계가 굉장히 가깝다. 그런 상준이 그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겠지만, 당장에 살인마가 나타나자 그를 쫓는 엄청난 직업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에는 상준에게 살해당하는 불운한 캐릭터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뒤에 돌이켜 보면, 양형사와 관련된 일화들은 사실상 맥거핀에 가깝지 않나 싶다. 딱히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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