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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주식

주식 대주주 요건 3억원으로 변경, 이거 절대 남일 아닙니다

by 낭만쉼표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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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021년 4월부터 한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보유하면, 해당 종목의 대주주로 간주돼서 양도차익세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직전년도 증시 폐장일(올해는 12월 30일)의 현황이 과세 대상을 확정짓는 기준이 될 것이기에, 다가올 4분기 한국 증시의 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 몇몇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얼핏 3억원 이상을 주식 투자하는 개인이 얼마나 많을까 싶고, 당장에 내가 3억원을 투자하지 않으니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됩니다.

 

 

대주주의 기준이 3억원이라는 개정안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피식 웃었습니다. 정말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농담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걸 논리적으로 반박하자니 지금 심각한 현타가 옵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 1채 가격이 평균 10억이라는 말이 있던데, 집 1채도 못사는 돈으로 한 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요? 금일 기준 시가총액 345.7조원의 삼성전자 대주주가 되는데, 단돈 3억원이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모호한 대주주의 의미

상식적으로 한 회사의 대주주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재테크 차원의 투자가 아닌, 회사와 명운을 함께 하면서 경영에 영향력있는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됩니다. 근데 개인이 단순히 삼성전자의 주식 3억원을 매수했다고 해서, 삼성전자의 대주주로 간주하겠다고 하니 이거만큼 코미디도 없습니다. 솔직히 최소한 지분공시를 통해 특수관계인이 됐을 때, 대주주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현행은 지분율이 코스피 1%, 코스닥 2% 가 이상일 경우 또는 종목별 보유주식이 10억원을 넘었을 경우입니다.)

 

무지막지한 대주주 판단을 위한 특수관계인 범위

거기다 앞으로는 수많은 가족들에게 일일히 물어보고, 주식을 매수해야 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단순히 나 한명이 아니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모두를 포함해서 한 종목 3억원이 됐을 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이 항목은 정말 말도 안되는 독소조항인 것 같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앞으로는 "외할아버지, 제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려고 하는데, 혹시 삼성전자 주식 가지고 계시나요?"라고 물어본 뒤에 매매를 해야 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혹시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할아버지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다면, 황당함을 넘어선 분노가 생길 것 같습니다.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최소한 당사자가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상태에서 세금을 부과받아야 공정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급의 증발

물론 개인이 한종목에 3억원을 투자할 정도면, 아무래도 경제력이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이들을 정밀타겟해서 과세하겠다는 것이 목표인 것 같은데, 문제는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발생할 후폭풍 때문에 다른 개미투자들 마저 피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세의 기준은 10억원입니다. 개정될 3억원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에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물량이 쏟아져 나와 수급이 굉장히 저조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합법적으로 과세를 피하는 것은 절세의 일환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욕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만약 3억원 이상의 주식자금을 투자하고 있었다면, 저 역시 매도할 것입니다.)

 

그런데 당장 올해부터 3억원이 기준으로 설정된다면, 장담컨대 예전과는 상대도 안될 정도의 매도세가 형성될 것입니다. 증시 격언 중에 수급은 모든 이벤트를 앞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당분간 한국 증시는 매해 4분기마다 쉬어가야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개인 비중이 높은 소형주, 그중에서도 신용을 많이 사용한 개인들의 비중이 높은 주식은 연말에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셈입니다. 미리 미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형평성 문제 : 왜 자꾸 개미만 패냐고..

앞으로 개인에게도 주식 양도소득세가 공식적으로 2023년부터 부과됩니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이 났을 경우, 초과분에 한해 20%의 세금이 부과될 예정입니다. (3억원 초과분부터는 25%) 수익을 봤으니, 세금을 내야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왜 늘 과세가 자꾸 힘없는 개인만을 타겟으로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주식 양도소득세도 기관이나 외국인은 어차피 법인세로 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심지어 대통령께서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된다.'라고 꼭 집어 강조하셨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부처관계자들(모피아?!)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니 서학개미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해외주식 역시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만, 최소한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나 지난 90년대 말에 일어난 IT 버블 이후 20년 동안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코스닥보다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미국주식이 훨씬 손쉬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개돼지 취급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됩니다.

 

추가상황 업데이트

요새는 정말로 모피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현재까지의 상황만을 봤을 때 과세기준이 변동없이 3억원으로 적용될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7일 (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세대별 합산은 변경할 수 있지만, 과세기준인 3억원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언했습니다. 이유는 이미 2년 전에 법을 개정했고 관련해서 시행령마저 발표했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정책은 일관성을 갖춰야 됩니다. 정부가 A라고 얘기했는데, 시간이 조금 흘러 사실은 B였어 라고 말을 바꾼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기준 변경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재작년(15억), 작년(10억)에도 모두 꾸준히 적용되오던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이렇게나 조세저항이 거센 이유는 작년에 이미 후폭풍을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에는 예상치 못하게(?) 수급문제가 발생해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치고, 올해는 더 큰 후폭풍으로 몰려올 텐데 정말 이대로 손놓으실 거에요?

 

지금은 정치권에서 좀 더 주식시장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는데, 벌써 10월말입니다. 이렇게 불확실성을 해결하지 않고 계속 방치해둔다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상황이 심각해졌을 때는 이미 누구도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상황을 지켜본다는 말도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개인들의 매도가 쏟아져 주가가 하락하면, 그제서야 3억으로의 적용을 재고하겠다는 건가요? 그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용감하게 총대 메고 해결하려 하는 리더가 없는 현실이 조금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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