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유학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필리핀 어학연수가 과연 효과적인가?'였다. 물론 현재는 수많은 사례 등을 통해 가성비 측면에서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결론이 났다. 또한 논리적으로도 언어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기술을 연마하듯 학습해야 되는데, 적은 비용으로 오랜 시간 동안 네이티브(native)와 연습할 수 있는 필리핀 어학연수는 당연히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어학연수에 회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들은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① 필리피노 특유의 억양, ② 따갈로그어와 혼합된 영어, ③ 불안한 치안이다. 결론부터 얘기해, 이 부분들은 결국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필리핀 어학연수 3가지 문제점 총정리
① 필리피노 악센트?!
내가 경험했던 필리핀 바기오에 있는 많은 선생님들은 중립적인 억양(neutral accent)을 가지고 있었다. 어학원들 역시 필리피노 악센트(filippino accent)가 심한 선생님들의 채용을 주저하다 보니,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이 변화됐다. 한국에 있는 어학원들도 코리안 악센트(korean accent)가 강한 선생님들의 채용을 기피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영어공부에 있어서 억양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네이티브 같은 억양이 아니라 네이티브처럼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발음에 워낙 민감한 한국인들이 이 부분 때문에 위축돼서 영어를 잘 못뱉어내는데, 실제 외국어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외교관들 역시 네이티브 같지 않은 발음을 가지고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는 몇년전 오준 전 UN대사가 유엔안보리회의에서 보여줬던 즉흥적으로 발언한 내용이다. 꼭 한번 위의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아래는 즉흥발언 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다. 이 정도의 문장을 일상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억양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For South Koreans, people in North Korea are not just anybodies.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있어 북한사람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닙니다.
We only hope that oneday in the future when we look back on what we did today, we will be able to say that we did the right thing for the peple of North Korea for the lives of every man and woman, boy and girl, who has the same human rights as the rest of us.
우리는 단지 언젠가 우리가 오늘 한 일들을 돌아볼 때, '우리는 우리들과 같이 같은 인권을 가지고 있는 북한에 있는 남녀노소의 삶을 위해 올바른 일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보고 또 봐도 이런 명문장을 즉흥적으로 발언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내게 만약 왜 이 연설이 명연설인지 말해보라고 한다면, the same을 매우 적절한 순간에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것 같다. 이 형용사 하나 때문에, 마음이 결정적으로 움직였다. (참고로 아이엘츠 라이팅 6.5와 7.0를 가르는 차이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준 대사의 억양에 코리안 악센트가 조금 섞여있다 한들,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혹시라도 억양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꼭 깼으면 좋겠다.
② 로컬언어와 혼합된 영어를 사용한다?!
이 부분은 가능성 있는 얘기다. 일단, 콩글리시(korean + english)를 생각해 보자. 단순히 한국인이 어눌하게 영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콩글리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특유의 억양으로 발음하거나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변형된 영단어를 사용할 때 콩글리시라고 한다. 예를 들어 리모컨, 개그맨, 컨닝과 같은 단어들은 모두 콩글리시다. (참고로 올바른 영단어는 remote control, comedian, cheating이다.) wheelchair를 윌체어가 아닌 휠체어라고 발음하는 것 역시 콩글리시라 할 수 있다.
싱가폴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는데, 이를 싱글리시(singapolean + english)라고 한다. 싱가폴인들은 중국어의 영향을 받아, 의문문일 경우 문장 끝에 ma라는 단어를 덧붙인다. 그렇다면 필리핀은 어떨까? 영어가 모국어인 필리핀인들도 영어보다는 따갈로그어를 사용할 때 좀 더 편하기 때문에, 실제 어학원 선생님들끼리 대화할 때는 영어보다는 따갈로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어를 사용할 때,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인 따갈로그어를 섞어 쓰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실수로 잘못된 발음을 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스럽지 않은 문단구성을 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예를 들어 네이티브들은 확실하게 주장을 가장 먼저 얘기한 뒤, 이야기를 전개하는 두괄식 문단을 즐겨 사용한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권에서는 대체로 미괄식으로 문단을 구성해 이야기한다. 문제는 이렇게 미괄식으로 대화하다 보면, 아이엘츠 시험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네이티브들은 wordy 하게 느끼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필리핀 사람들은 아시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미국과 연계된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두괄식 문단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학습 간에 스스로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③ 필리핀은 너무 위험하다?!
뉴스를 통해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접할 때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마닐라를 중심으로 필리핀의 여러 휴양지들에 방문할 때면 각종 범죄들에 특히 더 대비하는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한국 역시 야심한 시간이나 유흥가 주변은 마찬가지로 조심해야 된다.
필리핀 내에서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들라면, 바기오(Baguio)가 최우선적으로 손꼽힌다. 바기오는 고원지대에 위치한 교육도시로서,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겨울을 체험할 수 있는 휴양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필리핀이 워낙에 더운지라, 일부 정부기관들이 여름철에는 서늘한 바기오로 이동해 업무를 보기도 하는 까닭에 여름수도(summer capital)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바기오에는 국립필리핀대학교와 필리핀육군사관학교, 세인트루이스대학교 등 필리핀 내 일류 대학들과 다수의 고등교육기관들이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10여개에 가까운 대형 어학원들이 설립되어 있어, 교육도시로서의 명성 역시 필리핀 내에서 높은 편이다.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인만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과 사설 경비업체의 수가 다른 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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