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시간은 내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사람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좋은 기회가 찾아와 앞으로 잡지 '굿모닝 베트남'을 통해 같은 시기동안 호치민에서 코로나를 견뎌왔던 자영업자 분들의 찐 사업이야기를 인터뷰하게 됐다. 릴레이 인터뷰 방식으로 한동안 꾸준히 연재될 예정이다. 잡지라는 매체는 지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블로그를 통해 풀버전을 먼저 공개하도록 하겠다.
호치민 유쥬스파 우성미 대표 인터뷰
Q. 우성미 대표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호치민 벤탄시장 근처에서 유쥬스파를 운영하고 있는 쌍둥이 딸들의 엄마, 우성미입니다. 베트남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7년인데, 본격적으로 호치민에 정착하게 된지는 이제 2년 반 정도 됐습니다.
Q. 호치민에서 창업을 결정한 이유는?
남편이 예전부터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일이 많았던 탓에 남들보다는 손쉽게 해외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기회만 오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남편이 베트남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학 때마다 한달살기로 베트남에 방문하며, 빠르게 발전하는 호치민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이주와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Q,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유쥬스파는 지난 2020년 2월에 오픈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듯,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됐기 때문에 반드시 고객들과 대면해야 되는 마사지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무척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현지에 계신 분들조차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어쨌든 이 와중에도 임차료는 계속 지불해야 됐기 때문에, 그때가 정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는 일상이 회복되면서, 서서히 영업을 재개하는 중입니다.
이와 더불어 직원관리가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화적인 차이를 수용하고 이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적용시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부 직원들이 스스로가 하는 마사지를 허드렛일 취급하는 것을 보며, 무척이나 속상했던 기억도 납니다. 저희 직원들이 우리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더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은 앞으로의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Q. 창업아이템으로 특별히 스파를 선택한 이유는?
직장생활만으로는 아이들 교육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할 것 같아 아이들이 1살이었을 때부터 창업을 고민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같이 잘 알면서도 좋아하는 분야에서 아이템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스파(Spa)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저는 20대 때부터 마사지를 워낙 좋아해서 한국에 있는 유명한 스파들을 모두 다 찾아다녔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남편이 운명처럼 베트남에 있는 스파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 기간 동안 본격적으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쥬스파를 런칭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 동일한 업종으로 사업을 한차례 운영해본 경험이 있었던 탓인지 오픈하기까지는 상당히 수월했습니다.
Q. 마사지를 즐기는 사람들은 스파를 자주 찾는다고 하는데, 마사지를 받는 특별한 이유는?
한국에서는 마사지를 근육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합니다. 실제로 PC나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거북목이 되어 어깨가 경직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보통 어깨가 결리거나 근육이 심하게 뭉쳤다 싶었을 때 마사지를 받는 편입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사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전신근육을 풀어줄 경우, 혈액순환과 림프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면역력 향상에 도움된다고 합니다. 면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니, 성인이나 아이들 가릴 것 없이 건강관리를 하는데 많은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유쥬스파만의 철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일단 청결인데, 모든 고객들에게 1인 1타월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현장에서는 잘 안 지켜지는 원칙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손님들에게 새로 타월을 준비하다 보니, 이에 익숙지 않은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이해해주고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진심입니다. 저는 유쥬스파를 찾는 모든 손님들이 마사지를 받는 90분, 120분 동안 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힐링에만 몰두하는 치유의 시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사지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다 보니, 이를 어떻게 잘 전달하는지가 관건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마사지를 수행하는 저희 직원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직원들이 누구보다 강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자주 하고 있으며, 대우 역시 최대한 잘해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회사와 직원이 함께 동반성장하는 관계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희 직원들은 대체로 부지런하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는 편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개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고객들의 피드백에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Q. 굳이 벤탄시장 근처에 스파를 오픈한 특별한 이유는?
호치민은 베트남 제1의 경제도시이자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재외국민들이 특히 많이 거주하는 도시로도 손꼽힙니다. 사업차 혹은 파견차 머무는 교민 분들의 가족과 동료들이 호치민에 방문했을 때 믿고 추천하는 스파로 성장시키고 싶어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벤탄시장 부근에 자리 잡았습니다.
Q. 유쥬스파를 운영하면서 겪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면?
사실 유쥬스파를 런칭하는 과정에서, 제일 고생한 사람은 저희 아이들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이야 그래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솔직히 지난 2년동안 호치민에서 코로나를 함께 견뎌냈던 시간은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 힘든 기억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는 베트남어를 거의 할 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됐기 때문에 외출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더구나 스파는 이미 런칭됐기에 임차료를 계속 지급해야 돼서,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가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도움을 청할 누군가가 없다보니,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막막한 순간들이 어른인 저조차도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씩씩하게 이겨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제는 부모와 자식 간의 느낌이 아니라 생존을 함께 해낸 동지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
Q. 스파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사실 일이 힘든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예전만큼 신경쓰지 못하는 게 가장 신경 쓰입니다. (참고로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보통 저녁 10~11시까지 일해야 되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못 챙겨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야 돼서, 엄마로서 얼마나 가슴 아픈지 모릅니다.
사실 지금은 아이들의 식습관과 자기주도학습을 반드시 잡아야 될 시점인데, 이걸 눈앞에서 확인하질 못하니, 솔직히 불안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예전에는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전혀 먹지 않았는데, 요새 가끔씩 찾는 걸 보면서, 아이들의 식습관이 변한 게 아닐까 고민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저희 부부가 하는 일을 최대한 이해해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기로 약속해주니, 아이들에게 더 큰 믿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Q. 앞으로 유쥬스파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당장에는 회복된 일상에 맞춰 더 많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회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성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준비 중입니다. 더불어 더 다양한 에센셜 오일을 준비해 고객들 개개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마사지 케어를 제공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성장하는 유쥬스파를 지켜봐 주세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제 주변에는 지난 2년 사이에 버티다 못해 한국으로 돌아간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100번은 더 돌아갔을 겁니다. 다들 한국에 돌아가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어디서든 그 꿈을 계속 이어가길 기도합니다. 이제 막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께는 최대한 철저히 시장조사를 하고, 신중하게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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