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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일년살기/금융, 부동산

2019년 베트남 금융법 개정안 총정리

by 쉼 표 2023. 5. 29.

기본적으로 베트남은 다이나믹하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도 개발도상국의 전형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경험상 2~3년이 지난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실제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도 제법 많다. 하지만 지난 2020~2021년은 중국발 코로나 확산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베트남 금융법 역시 지난 2019년의 개정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외국인 여행객은 베트남 정기예금 개설이 불가능하다?

지난 2019년 7월을 기점으로 외국인은 6개월 이상의 비자를 소지한 경우에만 정기예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베트남 금융법이 개정됐다. 사실 당시 금융법 개정 직전에 주거래 은행인 베트남 신한은행으로부터 공지메일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현장의 은행직원들도 헷갈려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결론은 상당히 깔끔했다. 베트남에 여행차 방문한 사람들은 여행만 하고 가라는 것이다. 아래는 당시에 베트남 신한은행으로 부터 받은 안내문이다.

 

2019년 베트남 금융법 개정안 적용

 

개정안은 정확히 외국인 관광객을 타겟으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베트남에 관광차 오던 많은 중국인들이 유행처럼 가족 개개별로 500만원 짜리 1년만기 정기예금을 개설했다고 한다. (참고로 베트남 입출국 시 외환신고 기준액이 $5,000 이기 때문에 굳이 500만원 정도를 입금했던 것 같다.) 4인 가족을 생각하면, 총 2,000만원을 투자해 1년 만에 140만원을 버는 것이다. 어차피 금융소득은 국외반출이 안되니, 여행비용으로 쓰면 된다. 연 7%의 고이율과 비과세 혜택을 통해 여행을 무료로 했던 것이다.

 

만약 부동산 등을 구매한다는 이유로 1억원을 송금받아 정기예금에 넣었다면, 이자만 무려 700만원이다. 이 정도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까지, 주식투자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당연히 외국인들에게 너무 많은 금융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로 베트남 내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졌다.

 

 

베트남 정기예금 이자율 7%의 진실

한때 베트남 정기예금의 높은 이자율이 주목받으며, 광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나 역시 지난 2019년부터 베트남 정기예금에 관심을 가졌는데, 당시만 해도 거의 모든 은행들의 이자율이 1년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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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관광객들이 들고 온 외화가 은행에서 환전될 경우, 정부는 이를 양성화해 거시경제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사설금은방을 이용한 탓에 음성화 돼버렸다. 참고로 미국달러(USD)를 위한 외화통장 및 정기예금 상품도 있지만, 이자가 아예 없기 때문에 금고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베트남 금융당국이 이자율을 계속 떨어트려 정기예금의 매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융상품을 체리피킹 하는 관광객을 정조준하는 개정안이 나왔다.

 

2019년 베트남 금융법 개정안 헷갈리는 부분

안내문의 주요한 사항들과 헷갈릴 수 있는 부분들을 알아보겠다. ① 외국인은 현금으로 계좌개설이 불가하다는 부분은 현금을 직접 들고 지점에 방문해서 정기예금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일반 입출금 계좌에 현금을 입금한 후에 이를 이용해 정기예금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단, 일반 입출금 계좌는 장기거주 목적을 가진 자에 한해서만, 계좌개설을 허락하기 때문에 노동허가서나 거주증 등을 확인한다. 다만, 베트남 신한은행 등과 같은 한국계 은행들을 한국인에 한해 장기거주 목적에 대한 해석을 폭넓게 하면서, 그간 계좌개설을 쉽게 허용해 줬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입자금 예치를 위한다는 이유는 추후 주택구매를 통해 장기거주를 예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계 은행들 역시 다른 외국인들이 일반 입출금 계좌개설을 신청하면, 다른 로컬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엄격하게 체크했다고 한다.

 

② 2019년 7월 5일을 기점으로 외국인은 6개월 이상의 비자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정기예금 및 정기적금 계좌개설이 가능해졌다. 만기 역시 남은 비자기간까지만 허용된다. 예를 들어 6개월짜리 비자를 가지고 있는데, 1달이 지난 상태에서 정기예금을 신청한 경우에는, 만기설정을 최대 5개월까지 밖에 못한다.

 

웃지 못할 촌극이긴 한데, 당시 호치민에 있는 여러 한국계 은행들이 특판으로 2019년 7월 4일 전까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유치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개정법 발효시점 전인 7월 4일까지 신청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에 한해서는 기존에 적용되던 방식대로 비자상태와 유효기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 일단 만기가 되면, 설정된 원금과 만기에 따른 이자에 대한 추가적인 이자 부과가 안됐다. 즉, 자동연장이 안된다는 뜻이다.

 

추가 업데이트

현재는 정기예금 신청 전에 반드시 비자종류를 확인하기 때문에 어떤 비자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 아마 개정안이 적용되던 2019년 7월에만 현장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

 

왜 베트남 금융법은 개정됐을까?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약 30%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70% 정도는 현금을 집에 있는 금고에 보관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즉, 베트남 금융에 대한 자국 내 신뢰가 아직까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이렇게 금융업 발전이 더디다 보니, 당시에 나온 통계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내 현금결제 비중이 무려 90%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일부 특수한 산업분야를 제외하면, 현금결제 비중이 거래횟수 및 거래총액 등 모든 면에서 매우 낮은 편이다.

 

현금결제의 비중이 높으면 발생하기 쉬운 것이 바로 탈세다. 사실 탈세를 최소화하고, 당장에 세금징수액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높이는 것이지만, 카드를 포함한 전자금융의 사용량이 매우 적은 베트남에서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뿐더러, 되레 전자금융으로의 유입을 막는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에 간접세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이는 현금 없는 사회를 꿈꾸며, 공과금 등을 자동으로 납부하도록 홍보하고 있는 금융정책과도 전혀 맞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베트남 금융당국은 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베트남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 편리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존에 확인이 불가능했던 음성적인 수입과 지출들을 양성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흐름을 결정했다. 그 일환 중에 하나로 베트남 정기예금에 대한 파격적인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제공했던 것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동안 베트남 정기예금의 혜택을 베트남인 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 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베트남에 관광차 방문해서 단기체류하는 관광객들마저 정기예금의 혜택을 너무 쉽게 받은 탓에 자국 내 금융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베트남 금융당국의 취지와 달리 되레 많은 외환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베트남 금융당국이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외환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달러 등과 같은 외화에는 금융소득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했으며, 심지어 은행에서 베트남동을 미국달러로 환전하는 것 자체를 막았다. 하지만 시대정신에 어긋났던가? 전국적으로 수백, 수천개의 금은방과 사설환전소가 나타나면서, 되레 지하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실질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자, 아예 정기예금의 가입조건 자체를 까다롭게 한 것 같다.

 

 

호치민에서 가장 싼 환전소 (+베트남 환율 확인방법)

베트남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국에서 미국달러(USD)를 준비한 뒤, 베트남에 도착해서 베트남동(VND)으로 다시 환전한다. 얼핏 생각하면, 한국원(KRW)에서 베트남동으로 한번에 바꾸는 게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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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난 금융법 개정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손쉽게 금융수익을 얻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6개월 이상의 비자를 가지고 장기거주하는 교민들에게는 베트남 정기예금이 여전히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이용하지 못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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