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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드라마

넷플릭스 마이네임 명대사 (+작가의 숨겨진 의도)

by 낭만쉼표 2021.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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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넷플릭스 마이네임 8편의 에피소드를 모두 몰아봤는데, 단 한순간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재밌었다. 마이네임은 사실 배우 한소희가 다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액션물에 미사여구처럼 붙던 '여배우의 헌신이 없었다면 작품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표현이 이번만큼은 전혀 과장이 아닐 만큼 적절하다. 한소희가 맡은 윤지우(=송지우=오혜진) 역은 내게 있어 처음으로 공감되는 여성 걸크러쉬로 기억될 만큼 굉장히 현실적이고, 임팩트 있었다. 한소희의 연기 스펙트럼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한계가 없어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커리어 하이를 찍은 한소희

 

한소희가 너무 잘해서 그렇지, 다른 주조연들의 연기 역시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배우 박희순이 연기한 박무진이 서사(narrative) 전반을 흡입력있게 장악하면서, 설득력을 더한 것 같다. 박희순이 워낙 섬세한 감정표현을 독보적으로 잘해서 그런지 박무진 역에 다른 배우가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런 감정이 든 것은 드라마 나인의 박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진우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동천파 보스 박무진 역의 박희순

 

이외에도 도강재 역을 맡은 배우 정률의 연기도 무지막지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정말 나쁜 사람처럼 느껴질 만큼 미친 몰입감을 보여줬다. 한국판 조커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정말 드라마를 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근데 현실에서는 완전 순둥한 것이 대반전이다.) 다만, 박무진과 도강재를 제외한 다른 나머지 캐릭터들은 설정상 어디선가 봤던 혹은 익숙한 클리셰(cliche)를 답습했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형 조커 도강재 역의 정률

 

넷플릭스 마이네임 리뷰, 명대사

이야기는 영화 무간도나 디파티드, 신세계 등을 통해 익숙해진 경찰과 조폭간의 언더커버(undercover)에 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조폭이 된 경찰아빠와 경찰이 된 조폭딸이 서로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는 탓인지 고루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되레 더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눈물겨운 한소희의 성장기

 

드라마의 서사는 크게 2부분으로 나뉜다. 한소희가 아빠의 죽음을 계기로 조직의 칼로 성장해 경찰에 잠입하는 초반부 이야기(1~2화)와 누가 아빠를 죽였는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맞부딪치게 되는 잔혹한 진실에 혼란을 느끼는 후반부 이야기(3~8회)이다. 초반부에는 고등학생 밖에 안된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마음이었다면, 후반부에는 혹시라도 한소희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조마조마하며 화끈한 액션을 재밌게 즐겼다. (덕분에 기분전환을 제대로 했던 것 같다.)

 

동료형사 전필도 역의 안보현

 

처음에 드라마 이름을 왜 마이네임이라 지었을까 궁금했는데, 드라마를 보는 와중에 의문이 해소됐다. 한소희가 취조당하는 상황에서 동료경찰이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름?'이라고 물을 때, 본인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답변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영화의 비하인드 영상과 코멘터리를 찾아보니, 원래는 영화제목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와 언더커버를 오가다 결국 마이네임으로 최종결정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왜 경찰이 됐는지 설명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이야기 전개의 설득력을 더하는 장치를 넘어 인간적으로도 굉장히 공감됐던 것 같다. 아빠를 죽인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경찰이 된 남녀 주인공이기에 그동안 임무수행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특히 전필도 역을 연기한 배우 안보현이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다 보니, 나는 나를 죽이고 있었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너무 절절해서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였다.

 

동천파 조직원들은 문신을 왼쪽 가슴에 새긴다.

 

박희순이 이끄는 동천파의 문양은 2마리의 뱀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인데,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래서 박희순이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게 아닐까 싶다. 영화의 막바지에 박희순이 '난 단 한번도 날 믿는 사람을 배신한 적이 없는데, 왜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는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장면 역시 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논란이 됐던 마지막화의 베드신은 좀 뜬금없긴 했다. 다만, 이후 코멘터리 등을 통해 밝힌 제작진의 의도를 듣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다. 한소희의 감정상태를 더 극단적으로 몰기 위해, 아빠와 닮은 선배형사를 죽이기 직전에 깊은 감정적인 교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소희는 베드신을 '인간의 감정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으로 해석했으며, 사랑이나 애정을 펼쳤다기보다는 처음으로 인간다워지는 순간으로서, 사람처럼 살고 싶게끔 만들었던 장치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불필요하고 어색해 보인다.)

 

암튼 개인적으로 한소희라는 배우 자체가 멘탈이 강하긴 한 것 같다. 스캔들 관리만 잘하면, 배우 김혜수를 잇는 대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경찰공무원의 체력시험에 관해 포스팅할 정도로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데, 한소희 정도의 임무수행능력을 갖춘 형사라면, 그 누구도 성별에 관해 문제삼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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