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연애대전'은 말랑말랑한 로맨스 코미디다. 잠자기 전에 한두편씩 보다 보니, 어느새 다 봤다. 결론부터 말해 킬링타임으로 나쁘지 않은 정도지만, 굳이 추천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일 테지만) 전 세계 TOP 10에 들었다는 게 놀랍긴 하다. 이쯤 되면 K콘텐츠 산업 전반적으로 특이점이 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연애대전'의 스토리는 별다를 게 딱히 없다. 남성 혐오주의자와 여성 혐오주의자인 남녀 주인공들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밀하게는 혐오주의자라기보다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스토리에 여러 가지 장치들을 섞긴 했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나 보다. 솔직히 6편으로 제작해도 충분했을 스토리를 무려 10편이나 뽑아내는 바람에 중간에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
'연애대전'의 제작사는 빈지웍스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철인왕후', '조선구마사'를 제작한 크레이브웍스라고 하면 좀 더 익숙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10월에 스튜디오 S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사명이 변경된 것으로 확인된다. 참고로 '연애대전'의 ost가 상당히 흥하고 있다. 빅너티(Big Naughty), 여자아이들, NCT, 엔믹스와 같이 유명한 래퍼, 아이돌들이 대거 참여했다. 실제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 '연애대전' ost를 함께 듣고 있는데,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
넷플릭스 연애대전 출연진, 어택, 결말
① 여미란 변호사, 신나은
여미란(김옥빈) 변호사는 캔디 같은 캐릭터지만, 남자들을 믿지 못해 마치 남성 혐오주의자처럼 보인다. (아마도 작가가 잘못된 페미니즘 때문에 대한민국에 만연하게 된 남혐을 풍자하려는 것 같다.) 무술과 오토바이, 당구 등과 같은 온갖 잡기에 능할 뿐만 아니라 상대가 마음에 들면 원나잇도 스스럼없기에 인기가 많다. 자칭 100여명의 남자와 사귀어봤다고 한다. 대한민국 톱배우인 남강호와 이래저래 엮기 더니, 결국 사랑에 빠진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김옥빈 배우 캐스팅 자체가 아이러니했던 것 같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김옥빈은 '할인카드를 쓰는 게 너무 깬다'는 된장녀 발언 때문에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런 그녀가 캔디를 연기한다는 게 이상하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김옥빈이다. 무술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고생한 티가 많이 나지만, 전반적인 연기 자체가 너무 과장됐다. 많은 사람들이 로맨스 코미디 연기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일타스캔들'의 전두연 배우가 특별하긴 하다.
마지막으로 얼굴이 너무 많이 변해 몰입이 잘 안됐다. 그냥 강남미녀 같았다. 예전에 김옥빈 만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분위기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마치 교정을 한 강혜정 배우와 같은 상황이랄까? 반면, 여미란 변호사의 둘도 없는 절친으로 등장하는 신나은 역을 맡은 고원희 배우는 외모와 연기가 자연스러운 편이라 만족스러웠다. 극 중에서 스튜어디스로 등장하는데, 너무 찰떡이라 놀랐다. 알고 보니 예전에 아시아나항공의 광고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타고난 승무원상인가 보다.
② 남강호, 도원준 대표
남강호(유태오)는 여미란 변호사와는 정반대로 여성 혐오주의자처럼 보인다. 이는 본인의 엄마와 첫사랑인 오세나(이주빈) 덕분에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성과 신체적으로 접촉하면 어택이 온다고 하는데, 어택은 심신이 단번에 무너지는 공황장애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여미란 변호사와는 악연으로 시작하지만, 우연이 쌓여 결국 인연이 된다. 유태오 배우의 화법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싶었는데, 지난 2008년에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독일과 미국에서 자랐다고 한다.
도원준(김지훈) 대표는 남강호와 최수진 등이 소속된 엔터사를 운영하고 있다. 인간적으로 매력적이라 그런지 소속 배우들에게 강한 믿음과 사랑을 받고 있다. 역시나 우연찮게 여미란 변호사의 친구인 신나은에게 사랑을 느낀다. 사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놀라웠던 배우는 김지훈이다. 원래도 잘생긴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멋짐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싶다. 김지훈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지난 한국판 '종이의집' 이후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③ 최수진, 오세나
최수진(김성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유부녀 배우이자 법무법인 길무의 VVIP 고객이다. 깨발랄한 성격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진지한 면도 가지고 있다. 워낙 유명한 만큼 각종 스캔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군말 없이 해결해 주는 도원준 대표를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여미란 변호사가 그녀의 담당 변호사다.
국민 첫사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세나(이주빈)는 뒤늦게 남강호에 대한 진심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가 출연하는 영화에 함께 하며,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한다. 캐릭터 자체가 대놓고 밉상은 아닌지라, 그녀의 질투가 귀엽게 느껴진다. 엄밀하게 말해 주연을 잡아먹는 조연까지는 아니었지만, 눈에 띄는 미모 때문에 눈길이 훨씬 많이 가긴 했다. 이주빈 배우의 연기가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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