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생각없이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킬링타임용 영화들이 제작되는데, 이런 영화들은 대체로 딱히 이해해야 될 스토리가 없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굳이 느껴야 될 필요도 없다. 그저 멍하게 즐기면 되는데, 이런 영화들 역시 나름의 재미가 있다. 솔직히 애초에 킬링타임용으로 제작된 영화에 대해 작품성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에 관해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너무 몰입에 방해할 정도만 아니면 된다. 그런 점에서 '해적, 도깨비 깃발'은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전작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정신적 후속작인 '해적, 도깨비 깃발'은 사실상 해적2로 봐도 될 만큼 스토리나 연출 등이 유사하다. 다만, 후속작이라고 하긴에 전작과 스토리 상에 어떠한 유기성이 없기 때문에 굳이 따로 챙겨볼 필요는 없다. 굳이 얘기하면, 리부트(reboot)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해적, 도깨비 깃발 솔직후기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는 와중에 일부 고려의 충신들이 추후 고려를 재건하기 위한 목적으로 왕실의 황금을 빼돌렸다는 소문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즉, 이들이 숨겨놓은 보물선을 찾아가는 액션 어드벤처다. 그러다 보니, 보물선을 찾기 위해 '인디아나 존스'처럼 각종 단서를 얻어, 이를 해결해가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 와중에 각종 해프닝들이 엮이면서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 자체는 꽤나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12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약간 만화같이 과장된 연출이 주를 이룬다.
출연진들은 화려하다. 한효주, 강하늘, 권상우, 이광수 등이 주연배우로 나오며, 이외에도 여러 베테랑 조연배우들이 등장해 연기 자체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단, 한효주의 발성이 해적단의 단주로서 어울렸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얘기하면, 살짝 어색하긴 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지 반갑긴 하더라..) 이광수는 그냥 런닝맨의 캐릭터를 그대로 따온 것 같다. 뭐랄까 런닝맨에서 봤던 개그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만큼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강하늘도 뭔가 쿨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찰떡같은 느낌은 안든다. 그래도 제법 어울리는 맛은 있었다. 반면, 권상우는 확실하게 뭔가 좀 아쉬웠다. 원래라면 임창정이나 남궁민 같이 코믹연기도 가능한 정극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대감이 없어진 것 같다.
주무대가 바다인 만큼 어쩔 수 없이 특수효과가 많이 사용됐는데, 이를 기가 막힐 정도로 자연스럽게 표현한 탓에 볼거리 자체는 굉장히 많은 편이다. 특히, 중간에 해일을 뚫고 바닷속에서 등장하는 배를 볼 때는 '캐리비안의 해적' 저리가라 할 정도로 괜찮았고, 황금을 물고 등장한 펭귄 역시 소름 끼칠 정도로 정말 진짜 같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특수효과를 외주맡은 곳에도 관심이 많이 갔는데, 역시나 요새 가장 잘 나간다는 덱스터 스튜디오였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한 만큼,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시청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시청시간은 125분이다. 영화의 촬영이 지난 2021년 1월에 끝났던 만큼 더이상 개봉을 미루는 것 자체가 어렵긴 했겠지만, 만약 여름에 개봉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여름에 개봉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었을 텐데, 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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