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할 수 있는 베트남 복권

가끔 로또에 당첨이 돼서 팔자를 빠르게 고치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나도 모를 웃음이 난다. 사실 예전에는 복권당첨에 관해 워낙 냉소적이라 그런지, 로또를 전혀 즐길 줄 몰랐다. 누군가 내게 로또 당첨될 확률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말해준 적이 있는데, 그 사실을 알고부터는 복권을 사느니 그냥 과자 한봉지를 사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한때 트렌드를 이끌었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小確幸)의 열풍이 이해가 된다.)

그러다 실제로 처음 복권을 접해본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누군가 내게 준 1,000원짜리 로또 1장이었다.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당첨이 안될걸 아는데도, 지갑에 껴둔 그 한장의 로또가 사람을 얼마나 든든하고 너그럽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때 처음으로 복권도 재미로 하면, 나름 즐길거리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물론 그 한장은 꽝이었다.

외국인도 할 수 있는 베트남 복권

베트남 복권을 배소(ve số)라고 하는데, 굉장히 많은 베트남인들이 즐긴다. 베트남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복권 발행은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복권의 종류는 각 지방에서 발행하는 복권과 전국 단위의 로또복권이 있다. 각 지방에서 발행하는 복권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풍경을 전면에 담고 있으며, 위 복권은 붕따우(Vũng Tau)에서 발행됐다. 혹시라도 베트남 전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지역별 복권을 모아 보는 것도 여행의 풍미를 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한국의 주택복권과 마찬가지로 미리 인쇄된 6개 숫자의 복권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전국 단위로 발행되는 베트남 로또복권은 비엣로또(Vietlotto)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룰이 조금씩 다른 복권이 추가적으로 몇개 더 있다. 위 사진의 복권은 한국의 나눔로또와 동일하게 45개 숫자 중에서 6개를 선택하는 방식인 Mega 6/45이다. 참고로 번호를 자동 선택할 수 있는데, 뚜이쫀(tùy chọn)은 자동선택이며, 후이(hủy)는 취소다.

가격은 지방에서 발행되는 복권과 전국단위의 로또복권 모두 10,000동(VND)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복권가게 앞은 늘 북적인다. 길거리에서 복권을 파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들 역시 동일하게 10,000동에 판매한다. 사회적 약자로 구분되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예외적으로 10,000동보다 저렴한 가격에 복권을 매입할 수 있게 허락해서, 이들이 복권가게와 동일한 가격인 10,000동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당첨일을 확인한 뒤에 기한이 지난 게 아니라면, 이 사람들을 통해 복권을 구매해도 큰 문제는 없다.

세금은 당첨금이 1천만동 이상일 경우에만, 개인소득세 10%를 내야 된다. 세금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당첨금 지급기한이 60일로 꽤나 짧아 빠르게 수령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첨결과는 인터넷으로도 쉽게 조회가 가능하며, 복권의 뒷면에 해당 복권의 결과를 발표하는 홈페이지 주소가 있다. 참고로 홈페이지 메인화면 아래쪽에 결과를 공지한다. 예전에 구매했던 복권의 당첨결과를 비엣로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직관적이라 확인이 쉬웠다. (결과는 물론 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