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9월 날씨 (+뎅기열 주의보)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나라이기 때문에, 날씨가 지역별로 천지차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더운 나라이긴 하지만,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은 사계절이 존재할 만큼 각 계절의 존재감이 뚜렷한 편이다. 특히 겨울에는 동상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날 정도로 꽤나 춥다. 이와 다르게 호치민을 비롯한 남부지역은 열대몬순기후로 우기(雨期)가 있긴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더운 날씨와 더 더운 날씨로 구분될 만큼 일년내내 덥다.

우기는 5월부터 10월까지이며, 매일같이 하루에 1~2시간씩 열대성 강우인 스콜(squall)이 내린다. 스콜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신기할 수도 있다. 분명 구름 한점없는 화창한 날씨였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폭우가 내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창한 날씨로 다시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 우기철에는 비옷을 꼭 챙겨서 외출하는 편이다. (우산으로는 도저히 커버가 안된다.) 물론 스콜이 달궈진 도시의 열기를 진정시킨다고는 하지만, 당장에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경험상 스콜은 대개 금방 그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비가 멈출 때까지 근처 편의점이나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호치민 9월 날씨와 일자별 강수확률

주변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뎅기열(dengue fever)에 걸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베트남에서는 흔한 병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뎅기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연예인 신정환이다. 당시만 해도 뎅기열이라는 병명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거니와,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어서 그런 것 같다.) 뎅기열은 급성열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뎅기열이 필리핀에서만 발병하는 줄 알았는데, 베트남에서도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된다.

비가 그친 후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길가를 중심으로 물웅덩이가 생긴 경우가 많다. 이런 물웅덩이는 굉장히 더러울 뿐만 아니라 뎅기열 발병의 주요 원인인 뎅기 바이러스(dengue virus)를 옮기고 다니는 모기들의 주요 서식지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된다. 기본적으로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 모기는 주로 낮에 활동하며, 주택가 근처에 있는 폐타이어나 물구덩이 같은 곳에서 서식한다. 특히 습도가 높은 우기철을 전후로 메콩강 삼각주 근처에 위치한 남부지역에서 주로 출몰한다.

실제 지난 2021년에는 베트남 보건부가 남부지역을 대상으로 뎅기열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그해 9월말을 기준으로 감염자가 무려 50,000명이 넘기도 했다. 이 중에서 21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니, 사망률은 대략 0.04% 정도 된다. 뎅기열에 걸리면 보통 3~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두통, 근육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겪는다.

이 병은 따로 치료제가 없는 관계로 발병시 자연회복을 기다려야 되는데,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 그냥 몇날 며칠을 고열에 시달리다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뎅그박시아(Dengvaxia)라는 뎅기열 백신이 있어 예방접종을 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부작용과 관련된 보도자료가 있어 선뜻 추천은 못할 것 같다. 따라서 모기 기피제를 뿌린다거나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서 모기한테 안물리게 대비하고, 샤워를 자주 해서 땀냄새를 최대한 줄여주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올해 9월 역시 거의 매일 비가 내릴 뿐만 아니라 밤낮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릴 때는 가끔 지하주차장도 물이 차서 범람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된다. 또한 아파트가 아닌 도롱집, 냐옹(nhà ống)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옥상 발코니의 배수로 주변을 자주 청소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