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흥왕기일 유래 총정리

예전에 베트남 공휴일을 소개한 포스팅에서 알아봤듯이, 베트남은 애초에 공휴일이 딱 6개밖에 안되며, 이에 따른 휴일이 불과 11일 밖에 안된다. 그나마 지난 2021년부터 독립기념일 휴일을 이틀로 늘리면서 11일이 된 것이니, 정말 박하긴 하다. 그래도 4월만큼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 4월말과 5월초에 있는 사이공해방기념일과 국제노동자의 날 덕분에 주말 포함해 최대 4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흥왕기일도 있어 확실히 마음이 한결 가볍다.

 

2023년 베트남 공휴일 총정리 (+유래를 이해하자)

 

참고로 베트남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경우, 돌아오는 월요일에 대체연휴를 적용했다. 흥왕기일은 음력 3월 10일인데, 참고로 올해 2023년에는 4월 29일(토)이며, 사이공해방기념일은 4월 30일(일), 국제노동자의 날은 5월 1일(월)이었다. 따라서 화요일과 수요일에 대체휴일이 적용됐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다른 지역으로 연휴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베트남 흥왕기일 유래

흥왕기일의 원래 명칭은 지오 또 훙 브엉(Giỗ Tổ Hùng Vương)이다. 단어의 뜻을 따라가다 보면, 기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오(Giỗ)는 제삿날, 또(Tổ)는 선조, 조상, 시조 등을 의미하니, 조상들께 드리는 제삿날(=기일)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훙(Hùng)은 영웅, 브엉(Vương)은 왕이므로, 영웅왕 혹은 그냥 훙왕이라 부르면 된다. 참고로 Hùng Vương을 한국어로 발음하는 과정에서 흥왕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발음상 훙왕에 좀 더 가깝다. (하지만 흥왕이라 표기하는 경우가 많으니, 여기서도 흥왕이라 표기하겠다.)

 

흥왕기일(=흥왕기념일)은 한국의 개천절과 유사한 느낌의 공휴일이다. 이날은 베트남의 건국시조인 반랑왕국 흥왕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처음에는 흥왕이 특정인을 지칭하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기원전 2879년부터 기원전 258년까지 베트남 신화 속의 국가인 반랑왕국을 다스렸던 총 18명의 흥왕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고조선의 단군왕검 역시 1명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역시 굉장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반랑왕국의 건국신화가 상당히 재밌다.

 

베트남 건국신화 (+그리스 신화만큼 재밌다)

 

거의 4800여년 전에 실존했을 거라 추정되는 반랑왕국과 흥왕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소실됐다. 그래서 애초에 신화 속에 존재하는 나라와 왕들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18명의 왕들이 모두 동일한 날에 죽었을 리 없으니, 실제로 흥왕기일인 음력 3월 10일은 이들 중 누군가의 기일일 텐데, 명확한 기록이 따로 없는 걸 보면, 옛날부터 관습처럼 전해져 온 날인 듯싶다. 사실 개천절이나 흥왕기일 모두 각자의 나라가 지니고 있는 정체성을 되새기자는 차원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베트남 훙왕기일 축제

 

흥왕기일은 지난 2007년부터 공휴일로 승격됐으니, 불과 15년밖에 안된 신생 공휴일이다. 흥왕기일의 영문명은 의외로 Hung Kings Temple Festival이다. 왕이 여러 명이라는 뜻을 살리면서, 흥왕들을 모시는 사원에서 벌이는 축제임을 강조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기일을 의미하는 anniversary 대신 festival이라는 표기를 사용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뭔가 무거운 느낌이 아닌 즐거운 분위기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음력 3월 10일 아침에 베트남 고위관직자들은 푸토성(Phú Thọ)에 위치한 흥사원(Đền Hùng)에 방문해 제사를 지내며, 이날을 전후로 축제기간인 음력 3월 8일부터 11일까지 각종 행사들이 함께 펼쳐진다. 해당 지역의 대표축제로 자리 잡은 만큼 이때를 맞춰 흥사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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