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블로그 이웃분이 직접 찍어 포스팅한 사진이 무단으로 도용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만 해도 그분의 기분이 언짢겠거니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냥 가볍게 넘어갔었다. 그게 화근이 됐을까? 불과 며칠 뒤에 내 포스팅의 사진 역시 누군가가 허락 없이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당해보니 기분이 언짢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훨씬 별로였다.
처음에는 내 자료를 무단으로 도용한 자가 업체의 광고문의를 수락했을 때 함께 받은 원고를 수정 없이 그대로 포스팅했을 정도로 부주의하거나 아님 나를 포함한 다른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직접 짜깁기했을 거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그자의 블로그를 천천히 둘러봤다. 일단, 포스팅의 내용들을 쭉 보니, 젊은 20~30대 정도의 여성임에 틀림없었다.
그녀는 네이버 블로그를 무려 2014년부터 시작해서 당시까지 꾸준히 운영했기 때문에 나름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웃의 수가 무려 10,000명이 넘어가고, 포스팅 수도 2,000개가 넘게 쌓여 있을 정도로 경험 많은 블로거였던 것이다. 초짜 블로거가 실수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콘텐츠를 도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훨씬 더 많이 화가 났다. 쪽지를 통해, 나름 정중하게 무단으로 내 콘텐츠를 도용했으니 해당 게시물의 사진들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미안하다는 말을 기대했는데, 의외의 첫마디는 악의적으로 도용한 것이 아니라는 변명이었다. 양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네이버 블로그팀에 해당 내용을 제보하겠다고 하니, 그제야 죄송하다며 모든 사진들을 삭제하겠다고 했다. 암튼 이후에 적절한 조치와 충분한 사과를 받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당시에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지라 좌고우면 하며 에너지 낭비를 많이 했는데, 앞으로는 그냥 바로 신고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CCL 뜻
암튼 그 사건을 계기로 블로그 콘텐츠 저작권에 관해 정말 많이 공부했다. 흔히 포스팅 공유를 원하지 않는 블로거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저작물 사용허가 CCL을 표시하는 것이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은 창작물의 사용을 허락한다는 오픈 라이선스다. 따라서 CCL을 표시하면, '퍼가도 괜찮다. 대신 3가지 조건이 있으니 잘 따라달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퍼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원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CCL을 표시하면 안된다. 티스토리는 포스팅 우측하단에 CCL이 표기된다.
① 저작자표시
대신 CCL을 표시한 순간부터 해당 포스팅을 퍼가는 사람에게 저작자와 출처를 표기하는 의무를 지울 수 있다. 최소한의 경고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위 사진과 같이 티스토리 북클럽 스킨의 경우, 포스팅 좌측하단에 퍼가기 기능이 있는데, 현재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로의 공유와 함께 URL복사가 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② 비영리
다음은 영리와 비영리이다. 만약 비영리로 설정한다면, 내 포스팅의 콘텐츠를 활용한 수익활동을 불허한다는 뜻이다. 만약, 수익활동을 하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만든 디자인을 활용해 옷이나 각종 굿즈들을 만들어 파는 행위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영리로 설정했다면, 콘텐츠를 사용해 수익활동을 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참고로 영리를 허락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표시도 나타나지 않는다.
③ 변경금지
마지막으로 콘텐츠 변경과 관련된 내용이다. 크게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① 콘텐츠 변경을 허용하는 것과 ② 허용하지 않는 것, ③ 동일 설정시 허락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③ 동일 설정시 허락한다는 것의 의미가 헷갈릴 수 있는데, 조금 수정하거나 변경해서 2차 창작물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의미다. 단,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당 2차 창작물에도 원저작자는 반드시 표기되어야 한다.
CCL 사용방법
티스토리 블로그관리 홈 → 콘텐츠 → 설정에서 아래와 같이 저작물 사용허가에 관해 설정할 수 있다. 애초에 퍼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CCL을 표시하지 않습니다'를 선택하면 된다. 티스토리의 경우,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이웃의 포스팅을 공유하는 것이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으니, 개인적으로는 CCL을 굳이 표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만약, 퍼가는 것에 개의치 않다면, 앞서 언급한 3가지 조건을 설정해서 콘텐츠 공유에 대한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
위에 설정한 값이 디폴트 값으로 적용된다. 발행하기 직전에 활성화되는 창의 우측상단을 보면, CCL설정을 할 수 있는 버튼이 제공된다. 이곳에서 다시 한번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가끔 댓글을 아예 비활성화하는 방법에 관해 질문하는 분들이 계신데, 썸네일 좌측에 있는 댓글설정에서 간단하게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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