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미국 주가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인해, 이미 많은 분들이 미국 주식을 매수하셨거나 매수를 계획하면서 고민하고 계실거라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에서 개정 준비 중인 주식 양도소득세 적용과 함께 대주주 요건의 완화는 한국 주식이 아닌 미국 주식의 메리트가 더욱 부각되는 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차피 양도소득세를 내야만 한다면, 장기적으로 무조건적인 우상향을 거듭하는 미국 주식이 훨씬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참에 미국 주식에 관해 하나하나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접하게 된 니콜라(Nkola)의 역대급 사기사건!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밝혀진 사실들과 함께 니콜라의 CEO, 트레버 밀턴(Trevor Milton)이 어제 돌발적인 사임을 발표함으로써 이제 어느 정도 진실에 접근한 것 같아 사건을 팩트 위주로 정리해봤습니다.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니콜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표면적으로는(?) 수소전기 기술이 적용된 트럭을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역대급 사기의 냄새가...
지난 2018년 1월,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한, 기존에 봐오던 투박한 모습의 트럭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의 차량 한대가 웅장한 BGM과 함께 사막 한복판의 도로를 그야말로 질주하는 영상이 발표됐습니다. 해당 트럭은 니콜라가 제작한 수소트럭 니콜라원 이었습니다. 시장은 내연기관엔진이 아닌 수소전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니콜라의 수소트럭이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 생각했으며, 현재 제2의 테슬라로서 전기차 섹터의 명실상부한 대표업체가 되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IAToxJ9CGb8
심지어 지난 9월 8일, 니콜라는 미국 최대의 완성차 제조업체인 GM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데 성공합니다. 당시 GM은 니콜라의 주식 약 11%을 획득했고, 당연히 니콜라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일장춘몽이었을까요? 9월 10일,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가 니콜라의 기술력이 모두 거짓이라는 폭로 리포트를 발행했습니다. 심지어 앞서 보신 동영상의 트럭이 실제 주행된 것이 아니라 언덕에서 굴린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발표 내용은 처음엔 공매도 세력의 음모론 정도로 치부됐습니다. 설마 GM이 그것도 모르고 전략적 제휴를 했을까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반전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논란을 잠재워줘야 할 니콜라 측의 해명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말았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트럭이 자체 추진력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한 적이 없으니, 거짓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야? 똥이야? 싶어 해당 영상의 제목을 자세히 살펴보니 Nikola Motor Company - Nikola One Electric Semi Truck in Motion입니다. 뭐지 싶어, 니콜라 홈페이지에서 당시 대응 발표문을 살펴보니 정말 가관입니다.
그리고 현재 니콜라 주식은 말 그대로 떡락 중입니다. 사실 니콜라는 어떻게 보면 이모저모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았던 회사입니다. 일단 제대로 된 상장기준 요건을 충족해서 나스닥에 직상장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업체를 인수합병하면서 우회상장했습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기술력을 평가받아 본 경험 자체가 전무합니다. 니콜라에 투자한 수많은 회사들이 기술력을 검증했을 거라고요?
예, 맞습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수소차 업체인 현대차는 니콜라와의 협업을 단박에 거절했습니다. 저도 올해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현대차가 의외로(?) 수소차 분야 전 세계 1위 업체입니다. 지난 2014년 어마어마한 가격에 삼성동 부지를 매입한 것을 기점으로 시장에서 소외됐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의 훌륭한 기술력을 갖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 현대차 경영진 입장에서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니콜라의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했던 이유는 아마도 니콜라의 본질을 당시에 이미 파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를 백번 양보해서 사기가 아닌 지난 2018년의 과장광고가 이번에 들통났다는 정도로 접근해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애초에 니콜라가 수소트럭 완성차 제조업체가 아닌, 트럭 외관 디자인업체 혹은 마케팅 업체라고 생각하면 다소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그간의 평가가 뒤집혀야 하므로, 주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추가적으로 니콜라는 지난 2019년 11월, 혁신적인 배터리를 공개한다고 했지만, 이를 취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혁신적인 배터리 자체가 Jap Go라는 회사를 인수했다는 전제 하에 밝힌 내용이었는데, 인수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즉, 니콜라는 현재 어떠한 배터리 기술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어제부로 니콜라의 CEO, 트레버 밀턴은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임을 단행했습니다. (솔직히 사임한 명분마저도 왠지 굉장히 이해가 안됩니다. 만약,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마저 매각하기 시작한다면, 정말 사기일 가능성이 거의 100%에 수렴한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GM은 정말 모르고 니콜라 주식을 매수했을까?
사임한 트레버 밀턴에 이어 스티븐 거스키(Stephen Girsky) 전 GM 부회장이 니콜라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콜라가 그럴듯한 결과를 당장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이라는 관점도 있기에, 앞으로 GM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당장 니콜라가 관련기술을 보유했던 안했던 어차피 니콜라의 수소트럭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주요 부품들을 GM이 제조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GM은 모든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니콜라 주식을 인수했을 거라 추측합니다. 앞으로 내연기관차는 절대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기에, 어차피 전기차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되는 상황이었으며, 트레버 밀턴이 그리던 니콜라의 비즈니스 모델(마치 애플처럼 모든 부품을 직접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품들을 사와서 완성품으로 조립만 하고,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것)에 공감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니콜라 주가가 변동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당연히 굉장히 안좋아질 것 같습니다. 지금 니콜라 주식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분들이 많으실 거라 추정되기에 마음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한화솔루션 주주분들도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한화솔루션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리포트에서 언급한데로 한화솔루션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리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니콜라 주식매입(니콜라 주식 6.13% 확보)에 사용됐던 투자금(1억 달러)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을 놓친 기회비용마저 무시할 순 없기에 단기적인 하락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참에 기존에 매입했던 니콜라 주식을 매도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투자금 대비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주가 구간이라고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블록딜이 지금 당장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이런 대규모 매수로 인해 대주주로 등극됐을 경우에는 해당 주식에 의무보호예수가 설정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애초에 니콜라 투자는 한화에서 승계의 명분을 준비하면서, 김동관 부사장이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나 전격적으로 진행했다고 알려졌기에, 철저하게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 정밀한 투자가 이뤄졌는지 여부도 조금은 걱정됩니다. (다만, 김동관 부사장이 다른 재벌 2~3세 후계자들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는 점, 지난 2018년에 수소트럭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선구안만큼은 높게 평가합니다.)
따라서 한화솔루션 측에서 니콜라 투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이상,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니콜라가 희대의 사기극이었던 테라노스(기억나시죠?)처럼 상장폐지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진입하신 한화솔루션 주주분들 역시 니콜라 주주분들 만큼이나 지금 고민이 많으실텐데, 진심으로 힘내시고 성투하시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