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5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은식 재무관리부장과 그를 비호한 가족들(아내, 처제, 아버지, 여동생, 동생)이 모두 입건됐으며, 현재는 어느 정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사건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실 처음에 이부장 측은 최규옥 회장의 지시로 시작된 범행이라고 물타기 하려는 듯했으나 이부장의 아버지가 차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고, 이부장이 단독범행임을 시인하면서 결국 진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 총정리
역시나 이부장은 초범이 아니었다. 이번 범행이 발각되기 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335억원을 횡령한 전력이 있었다. 그는 횡령한 돈으로 주식을 투자해 수익을 챙긴 뒤 원금은 회계감사 전에 되돌려놓은 방법을 반복했다. (즉,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회계감시 시스템은 굉장히 오랫동안 무너져있었으며, 외부회계감사는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후 대범하게 저질렀던 1,880억원 횡령은 주식투자가 실패함에 따라 원금을 회사로 되돌려놓지 못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총 2,215억을 횡령한 셈이다.
경찰은 총 1,880억원의 피해액 중에서 ① 681억원 상당의 금괴 855개와 ② 횡령한 금액으로 구매한 80억원 상당의 부동산, ③ 증권사 계좌에 있던 252억원 상당의 주식, ④ 자택에서 확보한 현금 4.4억원까지 총 1,017억원을 확보했다. 이 자산들은 모두 기소전 몰수 및 추징보전 처리됐다. (물론 주식과 부동산은 시세에 따라 가치가 변동하므로 평가액은 늘 변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참고로 1kg 금괴 855개를 어떤 식으로 경찰이 확보했는지는 수사가 진행될 당시에 초미의 이슈였다. 이부장은 681억원을 사용해 한국금거래소에서 금괴 855개를 구매했지만, 실질적으로 수취한 것은 851개이다. (즉, 4개는 미처 수령하지 못했다.) 이부장의 자택에서 금괴 497개가 발견됐고, 아버지의 집에서 254개, 마지막 100개는 여동생 집에서 발견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863억원은 어디 갔을까? 대부분은 주식투자로 잃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은식 부장은 횡령한 돈으로 총 42개 종목에 투자해 760억원대 손실을 봤다. 매매대금은 무려 총 1조 2,000억원이었으며, 주요 투자처는 동진쎄미켐과 엔씨소프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정도면 거의 웬만한 기관이 움직였다고 봐도 무방한 모양새이며, 이 와중에 당시 시세조종과 부정거래를 목적으로 지분공시를 지연시켰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주식투자 외에는 리조트 회원권 등을 지르며, 여유를 즐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스템임플란트 상장폐지 vs 거래재개
현재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갈지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지난 2022년 1월 3일부터 거래가 정지됐으며, 원래는 1월 24일에 결론이 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역대급 사안이라 그런지 결론이 빠르게 나오지 않고 있으며, 오는 2월 17일에 결론이 발표될거라 예측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거래가 당장에 재개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① 초범이 아니며, ② 규모가 역대급이다.
일단,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이 처음 발생된 곳이 아니다. 즉, 초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이 횡령(9,000만원), 배임(97억원)을 저질렀는데, 그때는 그나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자기자본 11%에 달했다. (참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가는 조건은 자기자본 5%에 달하는 금액이 횡령, 배임된 경우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횡령의 규모 자체가 자기자본 91.81%에 달하며, 역사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의 횡령사건이기 때문에 심사를 담당하는 거래소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
③ 존재감이 강한 손병두 이사장
뿐만 아니라 현재 거래소가 역대급으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당장의 거래재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근거다. 최근 수십만명이 투자한 신라젠도 기업의 지속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자 과감하게 상장폐지를 선언했던 거래소다. 이렇게 힘 있는 거래소를 이끄는 수장이 바로 손병두 이사장이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손병두 이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의 엘리트 관료다.
정부 주요부처에서 공무원으로서 커리어를 쌓은 손병두 이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공매도 전면폐지를 앞장서 주장하는 인물로서 기본적으로 유연함보다는 강경함과 추진력이 훨씬 더 돋보이고 있다. 혹시라도 김동연 대통령 후보처럼 정치적으로 성장할 야망이 있다면, 재직기간동안 최대한 존재감을 드러낼거라 생각한다.
암튼 거래소의 결단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오스템임플란트는 크게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사적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 결론이 나온 가장 많이 나온 사유는 바로 횡령배임이다. 솔직히 신라젠과 달리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정지 사태는 정말 안타깝다. 어떤 개인투자자가 무려 상장회사 씩이나 되는 회사의 내부회계감시 시스템이 일개 직원 한명에게 뚫릴 정도로 허술하게 운영했을지 상상이나 했을까? 어떻게 보면, 이번 사태는 자연재해나 다름없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들은 이미 집단소송에 나섰으며, 그동안 회사를 감사했던 인덕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을 상대로 증거보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부장의 횡령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과 이전에 회사가 적발한 적이 있음에도, 해당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던 사실을 문제삼고 있다. 따라서 투자손실에 대한 보상금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될 확률이 매우 높지만, 최종적으로 신라젠처럼 나락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지 분명 건실한 회사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단, 개인투자자들은 장기전을 준비해야 된다. 올 3월에 발표될 외부회계감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회사가 어떤 식으로 개선계획을 내놓고 이를 수행할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거래소가 최대주주를 교체하라는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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