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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주식

엘비세미콘, 주가를 바꿀 3가지 이슈 (+LB그룹 지배구조)

by 쉼 표 2021. 7. 17.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이 사업의 규모를 확장(scale up)하는 과정에서 창투사(벤처 캐피탈)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들 벤처회사들이 유니콘 회사로 성장하고 혹시라도 증시상장에 성공하게 된다면, 창투사들 역시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때 굉장한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 상당히 많은 창투사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GDP 대비 벤처투자비중을 살펴보면, 미국, 이스라엘, 중국, 그리고 다음이 한국일 정도로 한국의 벤처투자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투사 업무를 겸업으로 하는 대기업마저 늘어가고 있습니다. SK, 카카오, 한화투자증권 모두 본업과 함께 창투사 업무를 함께 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들입니다. 이들이 바로 최근에 이슈가 됐던 쿠팡 관련주와 두나무 관련주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범 LG가의 대표적인 투자회사들인 LK투자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가 생각났습니다. 두 회사 모두 이제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창투사이자 사모펀드(PEF)로 성장했으며, 시작은 금융자본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산업자본으로 성격이 조금 변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처럼 인수한 회사의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킨 뒤, 재매각(exit)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대체로 피인수 회사를 경영할 때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정확하게 합니다. 당장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레거시(legacy)한 부분은 도려내고, 필요하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나 선행적인 투자도 과감하게 집행해서 말 그대로 당장의 기업가치를 키우는 일에 집중합니다. 삼양옵틱스를 인수한 LK투자파트너스 역시 이들 사모펀드와 비슷한 행보를 걸을 수도 있지만, 마이크로스케일(엘비세미콘)을 인수해서 LB그룹 내로 편입시킨 LB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 조금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LB그룹의 가계도

이번에는 엘비세미콘(LB세미콘)과 LB인베스트먼트를 필두로 한 구본천 대표의 LB그룹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LG그룹의 창업주 구인회 1대회장의 넷째 아들인 구자두 회장은 LG벤처투자를 계열분리해서 L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습니다. 구자두 회장은 공식적으로 여전히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장학금을 지급했던 외국인 유학생들의 은행계좌 281개를 차명계좌로 활용해 개인자금을 운용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지난 2019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고, 현재는 경영일선에서 떠났습니다.

 

LB그룹 가계도

 

구자두 회장의 경영공백은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메꾸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성과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구본천 대표는 투자에 관심없는 분들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경영자들 중에 하나입니다.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나 구본호 판토스 대주주와 같이 다른 범 LG가 3세들이 이런저런 사고를 쳐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던 와중에, 구본천 대표만큼은 경영에만 몰두해 성과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LG가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듯합니다. (참고로 LG가 남자들은 이름을 지을 때, 항렬에 해당되는 돌림자를 무조건 사용합니다. 따라서 회(창업주 및 형제) → 자(2세 및 형제) → 본(3세 및 형제) → 모(4세 및 형제) 순으로 세대 간의 구분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구본천 대표가 LB인베스트먼트를 처음 맡았던 때만 해도, 자본금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던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그런 적자회사를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그룹수준으로 키워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심지어 LB그룹의 계열사였던 광고대행사 LBEST(엘베스트)를 잘 성장시켜, LG그룹에 매각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꽤나 많은 투자수익이 발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LB그룹사의 매출 대부분이 LG그룹에서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곤 하지만, 의외로 매출 다각화가 잘 이뤄져서, 지금은 의존도가 상당히 낮아진 상태입니다.

 

LB그룹 지배구조

LB그룹은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비상장 회사인 관계로 정보획득이 굉장히 제한적이었지만, 앞으로 그룹의 성장방향 만큼은 뚜렷해 보입니다. 실제로 구본천 대표가 일반사업체(LBEST)를 키워낸 경험이 있는 만큼, LB인베스트먼트와 LB프라이빗에쿼티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될 것이며, 인수했던 회사인 마이크로스케일(LB세미콘)과 루셈에 그룹명인 LB를 붙여 공식적으로 그룹 계열사에 편입시킨 사례들을 보면, 앞으로도 매매 관점의 투자보다는 그룹의 외형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들을 주로 인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LB그룹 지배구조 (엘비루셈 상장전)

 

실제로 LB그룹이 엘비세미콘 살리기에 얼마나 진심이었던지, 기존에 적자회사였던 엘비세미콘의 자회사 글로닉스(터치패널용 강화유리)를 청산하고, LG그룹의 계열사였던 루셈(엘비루셈)을 엘비세미콘의 자회사로 인수해서, 현재는 LB그룹 내 또 하나의 캐시카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LB그룹은 크게 3개의 소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① LB인베스트먼트, LB자산운용, LB프라이빗에쿼티가 속한 금융그룹, ② 엘비세미콘과 엘비루셈으로 구성된 반도체 그룹, ③ 마지막으로 LB휴넷과 유세스파트너스가 있는 콜센터 운영업체 그룹입니다. (참고로 LB리켐은 원료재생 업체로 확인됩니다.)

 

선구안이 좋은 만큼 벤처캐피탈(창업투자) 본연의 업무도 계속될 것입니다. 엘비세미콘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LB인베스트먼트가 빅히트에 지분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추가적으로 LB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해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만큼, 앞으로 대체투자분야(창업투자, 부동산, 인프라) 등으로도 활발하게 진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엘비세미콘, 주가를 바꿀 3가지 이슈

이슈 1 : 하이브(빅히트) 효과

지난 2020년 기업공개를 통해 빅히트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초기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가 주목받았습니다. LB인베스트먼트는 65억원을 투자해 한때 빅히트의 지분 11.09%까지 확보했으며, 넷마블이 구주매출을 통해 2대주주로 올라설 때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해 많은 투자수익을 남겼습니다. 현재는 하이브의 지분 2.3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빅히트는 지난 2021년 3월 사명을 하이브로 변경했습니다.)

 

물론 LB인베스트먼트가 하이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비상장사인 관계로, 그룹내 유일한 상장사인 엘비세미콘의 주가가 관련 이슈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엘비세미콘은 딱히 창투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하이브와 어떠한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LB인베스트먼트가 이제는 창투사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된 만큼 그동안 쌓아 놓은 실적들이 알게 모르게 많습니다. 기존에 이미 투자수익을 실현했던 펄어비스, 빅히트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할 게임회사의 후보군에 LB인베스트먼트가 지분을 확보한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가 거론됨에 따라 다시 한번 엘비실리콘의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호재가 생긴 상황입니다.

 

이슈 2 : 엘비루셈, LB인베스트먼트 상장 가능성

LB그룹에는 굉장히 많은 비상장사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업공개될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중에서 현재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회사는 엘비루셈(LB루셈)과 LB인베스트먼트입니다.

 

엘비루셈은 반도체의 경박단소(輕薄短小) 트렌드에 따라 베젤리스가 가속화되는 와중에 필요한 COF(Chip On Film) 기술을 갖춘 패키징(반도체 후공정) 전문업체입니다. 범 LG가에 속하는 LX그룹의 실리콘웍스(LX세미콘)향 매출이 높은 편입니다. 참고로 LX세미콘은 팹리스(fabless) 업체로서 반도체 설계를 맡고 있으며, COF기술을 염두에 두고 반도체를 설계하는 탓에, 수주를 엘비루셈에 많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모회사인 엘비세미콘은 LX세미콘과 같은 팹리스에서 설계한 주문형 반도체에 대한 테스트센터도 갖추고 있습니다.)

 

엘비루셈은 지난 2020년에 매출 2,098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이라는 상당히 준수한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엘비루셈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엘비실리콘의 연결실적 역시 엄청나게 개선됐습니다. 따라서 엘비루셈의 사업호조는 자연스레 지배회사인 엘비실리콘의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괜찮은 강소회사인 엘비루셈은 앞으로 기업공개의 수순을 밟을거라 예상됩니다. 이미 구본천 대표는 기존에 비상장 회사였던 엘비세미콘의 상장을 통해 185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고 하죠?) 이외에도 LB그룹의 모태인 LB인베스트먼트 역시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타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창투사인 LB인베스트먼트는 상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굳이 상장해서 매번 투자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느니, 그냥 안하고 말 것 같기 때문입니다.

 

추가 업데이트

지난 2021년 6월 11일, 엘비루셈이 상장되었습니다. 기업공개 간에 유상증자 성격의 신주모집(4,000,000주)과 더불어 기존 엘비세미콘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2,000,000주)을 함께 내놓는 구주매출이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신주발행가는 14,000원으로 결정됐으며, 신주모집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주로 추가적인 시설투자에, 구주매출 분량에 해당하는 자금은 엘비세미콘의 투자수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로서 엘비루셈은 최대주주인 엘비세미콘이 지분율 48.78%, 2대주주인 라피스 세미컨덕터(일본계)가 26.83%를 보유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LB그룹 지배구조 (엘비루셈 상장후)

 

엘비루셈의 상장으로 인해 확인해야 될 지점들이 추가적으로 생겼습니다. ① 보유예수기간으로 설정된 1년 뒤에는 엘비루셈의 2대주주인 라피스 세미컨덕터(일본계)가 언제든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② 이제 엘비루셈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니, 굳이 지배회사인 엘비세미콘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걸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엘비루셈 상장후에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에는 목표주가가 없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엘비세미콘과 엘비루셈은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반도체 후공정 과정을 엘비세미콘과 엘비루셈의 나눠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같은 공장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① 평면 디스플레이 구동칩 DDI(Display Drive IC)와 ② 칩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구동칩 PMIC(Power Management IC), ③ 카메라의 눈에 해당되는 이미지 센서 CIS(CMOS Image Sensor) 등과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제작의 후공정 과정 간에, 엘비세미콘이 웨이퍼를 범핑하고, 엘비루셈이 이 범핑된 웨이퍼를 COF기술을 통해 패키징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즉, 두 회사가 함께 있기 때문에, 반도체 후공정 소요시간을 압도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슈 3 : 반도체 빅사이클 및 공급부족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고객사라 할 수 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굉장히 부진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업체들의 LCD 공급과잉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업체들을 고객사로 다각화함에 따라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향상되었으며, 최근 들어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중심으로 업황 자체가 살아난 것이 엘비세미콘에게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반도체 빅사이클로 인해 공급이 많이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복합기업뿐만 아니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업체,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업체는 물론 소재, 부품, 장비업체들 모두 역대급 매출을 달성할거라 예상됩니다. 이 와중에 현재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까지 발생한 상태입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는데, 조만간 가전제품이나 노트북,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마저도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각광받을 확률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시스템반도체의 후공정 분야에 선제적으로 설비투자를 끝낸 회사가 바로 엘비실리콘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들어 엘비실리콘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LG디스프레이향 반도체 매출비중 대신 삼성전자향 반도체 매출비중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IPO 기업공개 방식, 쉽게 이해하자 (+구주매출, 신주공모)

제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① 지배구조, ② 2세, 3세 승계 혹은 ③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투자를 좋아하고 즐겨합니다. 이는 아무래도 특정 산업을 뼛속 깊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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